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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수습하고 왔습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8817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쮸니내꼬임
추천 : 61
조회수 : 2297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5/13 00:50:25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5/12 23:39:50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랑 밤산책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로드킬 당한 길고양이 시체를 봤습니다. 일단 강아지를 집에 데려다 놓고, 집에 있던 적당한 크기의 종이박스와 수건, 맨손으로는 수습해 줄 용기가 없어서.. 위생장갑 한 쌍 손에 들고 다시 고양이가 죽어있는 장소로 나갔습니다. 다시 나가는 길에.. 비겁했지만, 제발 내가 수습하기 전에 어느 맘좋은 분께서 고양이를 나보다 먼저 수습하기를 빌었어요. 이렇게 로드킬 당한 동물을 수습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무서웠습니다. 집에 강아지를 데려다 놓고 다시 고양이가 있는 곳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 길 한 가운데 고양이가 죽어있고 밤 늦은 시간이지만 그 길은 가로등이 환해서, 자동차로 지나다니면서 고양이가 길에 죽어 있는 것을 못 볼래야 못 볼 수 없는 길이었는데... 고양이 시체수습하러 돌아간 제 눈 앞에서, 승용차 한 대가 머뭇거리더니 그냥 시체를 밟고 지나갔습니다. 다시 돌아온 그 20 여분 동안, 꽤 많은 차에 밟혔는지... 처음에는 외관 상으로는 멀쩡했던 고양이 시체가,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대요. 그걸 보고 무서워져서,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또 자동차 한 대가 다가오기에, 용기를 내고... 가져간 수건으로 고양이를 감싸 박스에 넣어 길가에 밀어두고 왔습니다. 묻어주고 싶었는데, 근처는 흙 한 줌 없는 시멘트 바닥이라서, 박스에 넣고 길가에 밀어두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적어도 밤새 자동차 바퀴에 깔리는, 서글픈 일은 피하게... 박스는 뚜껑을 열어두고, 고양이 시체는 수건으로 덮어뒀으니까 새벽에 환경미화원 분들께서 수월히 알아보고 처리해 주시겠지요. 가엽게 죽은 고양이를, 끝까지 쓰레기 마냥 취급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수습하고 오면서 다 크다 못해 노처녀인 제가 길에서 질질 울며 집에 왔습니다.

오늘 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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