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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콕콕
게시물ID : panic_881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주쿠요
추천 : 3
조회수 : 8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30 02: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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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15년 5월 30일 저녁 안개
 
십 몇 년 만에 기록해 둘 것이 생겨서 일기를 적어본다.
 
두 달 전 난 상을 당했다.
 
내 하나 밖에 없는 절친이 자살을 한 것이다.
 
상을 당했다는 말은 같은 호적에 든 사람끼리 쓰는 말이지만
 
지호는 분명 친구 이상의 내 가족이였다.
 
지호가 내게 처음 커밍아웃이라는 걸 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지호는 여타 다른 사내들과 달리 외모나 행동이 곱상했다.
 
검지로 쿡쿡 찌르는 장난 등을 하는 것을 보면 그랬다.
 
여하튼 정확히 내 입대날이 밝기 전 새벽이였다.
 
그 날은 어쩐지 지호와 나 모두 숙연해져 있었다.
 
나는 입대날이라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였고
 
지호는 지호 나름대로의 뭔가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히 추측하자면 지호는 그 날 내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백하고 싶어서
 
그렇게 숙연해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새벽 3시 경 지호가 내게 그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고
 
나는 그저 네가 나만 좋아하지 않으면 된다는 둥, 솔직히 그런 사람들 별로지만 너는 인정하겠다는 둥.
 
몰상식한 말로 상처를 입혔던 것 같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지호의 고민이 그 때부터 더 커졌던 것 같다.
 
마지막 휴가 날, 지호와 만나 술을 한 잔 했을 때
 
그 때 난 알아채지 못했다.
 
후에 생각해봤을 때, 술에 취한 지호는 분명 나를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복귀하던 날 지호는 좋지 못한 선택을 했다고 한다.
 
제대 후 한 달 가까이 술을 더 가까이 했고, 울며 밤을 지새웠었다.
 
술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온갖 잡생각들이 나를 괴롭히며
 
들리는 환청이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 했다.
 
특히 3월의 어느 금요일 밤엔 정말이지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가진 돈이 없어 술 조차 마시지를 못했다.
 
그래서 난 그 때 바보 같은 짓을 행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오컬트 주문 따위를 검색해
 
분신사바를 했다.
 
지호의 영혼과 대화를 하고 싶었다.
 
모든 게 내 잘못이라면, 지호의 영혼이 나를 해쳐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였다.
 
[콕콕]

우리집엔 아무도 없었고, 어딜 둘러봐도 침입자는 없었다.
 
분명히 이 느낌은 지호의 검지였다.
 
그 날, 난 기쁨과 그리움에 울다 지쳐 잠들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지호의 장난은 예고도 없이 불시에 이루어 졌고
 
기분이 정말 좆 같을 때나
 
흉흉해진 세상의 새벽 귀갓길에
 
[콕콕]
 
지호가 너무 미웠다.
 
지호가 이제 그만 돌아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지호가 그리웠지만 이런 식으로 모습을 보이는 지호는 반갑지 않았다.
 
난 지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 데, 고작 이런 [콕콕]으로만 지호를 느껴야 한다니 짜증이 났다.
 
그리고 오늘 귀갓길이였다.
 
밴드 낮은지붕의 꽐라 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였다.
 
친구들과 술을 좀 많이 마셨었다.
 
몸이 좀 비틀 거렸다.
 
사거리에 멈춰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잘 들어가ㅋㅋㅋ 오늘 지호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치...]
 
소윤이라는 친구의 메시지 였다.
 
소윤이는 지호에게 고백했다 차인 경험이 있는 여자애였다.
 
소윤이에게 답장을 하면서 사거리에 서있는 사람들의 하체를 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의 하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나도 횡단보도를 걸었다.
 
[콕콕]
 
씨발, 너무 깜짝 놀라서 열이 뻗쳤다.
 
"씨발! 어?! 씨발!"
내 바로 앞에서 어느 오토바이와 택시가 정면충돌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난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오늘 그런 일들이 있었고, 지금은 집이다.
 
나는 오늘도 지호와의 동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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