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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그저 엄마가 빨리 보고 싶을 뿐이었다.
게시물ID : panic_881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착한누나
추천 : 37
조회수 : 3012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6/05/30 19:05:32

한 겨울 엄동설한,

달 마저 구름 뒤에 모습을 감춘 고요한 새벽,

큰 대로변 임에도 불구하고 차 하나 다니지 않는 그 새카만 심연의 밤,



엄마는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회식이었는지마무리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연장이었는지는 모른다.

어서 빨리 집에 들어가 딱딱한 몸을 뉘이고 싶은 마음 뿐, 




서른 걸음 남짓 남았을까 , 집앞 창문이 눈에 들어온다

곤히 잠들어 있어야 할 아이가 창문에 매달려 '엄마 - ' 하고 부른다.




아가, 추운데 들어가질 않구

위험하게-




'엄마-'




아이는 신이 났다. 

그토록 온종일 기다리던 엄마의 아련한 모습이 눈에 맺히자마자 

온 힘을 다해 반가움을 내비친다





'엄마 - 엄마 빨리와 - '




아이는 조금이라도 엄마와 가까워 지고 싶다.

잠이 안와 말똥말똥 엄마가 오는 길을 보고만 있어야만 했던 아이는,

엄마를 보자 창 밖으로 더 고개를 내뺀다.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이, 

엄마랑 빨리 만나고 싶어

엄마 품에 얼른 파고들고 싶어, 아이는 까치발을 더욱 높게 쳐든다.




'엄 -'

















쿵.







지척이 뒤흔들린다.

천지가 울부짖는다.

얼어붙었던 정적을 헤집고 새벽을 찢는 소리에

엄마의 가슴이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다.



처절해도 그렇게 처절 할 수가 없다.

절규해도 이토록 애릴 수가 없다.

엄마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소리가, 

어딘가 깨어있을 이의 귓가를 뒤흔든다.


엄마는 여리디 여린 아이의 몸을 부둥켜 안고

온 힘을 다해 울었다. 

떨었다.

자식을 눈앞에서 떠나 보낸 어미의 심장이 얼어 붙었다.




겨울 새벽 그 칼바람 보다,

잔인하게 서린 슬픔이 더 추워서,

엄마는 아이의 몸을 더욱 꼭 껴안았다.




출처 2009년 어느 겨울 새벽, 우리 집 앞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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