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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기자의 난독증
게시물ID : humordata_8820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iger_STYLE
추천 : 2
조회수 : 13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9/29 14:48:42
그래서 들어가보면

환갑 넘은 아들은 기부에 열심이었다. 팔순 넘은 노모(老母)는 아들이 재산을 세상에 다 내놓고 손자는 안 줄까봐 걱정이 됐다. 노모는 20년 넘게 폐품 주워 저축한 쌈짓돈을 손자에게 건넸다. 손자는 "할머니 땀이 묻은 돈을 좋은 일에 쓰고 싶다"며 증여세 내고 남은 1억원을 기부했다. 국내 처음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아너소사이어티'(1억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한 류시문(63)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부자(父子), 그리고 류 원장의 어머니 장월분(87)씨 이야기다.

모금회는 28일 대학원생 류원정(26)씨가 할머니 장월분씨로부터 증여받은 1억원을 "저소득층 청소년 장학금과 장애인 복지기금으로 써달라"며 기부해 50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고 밝혔다.

아버지인 류 원장은 경북 의성군 가난한 농가에서 7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나 장애를 딛고 성공한 기업인이다. 마흔 넘어 건설안전점검 전문업체 '한맥도시개발'을 창업해 직원 40명, 연매출 50억원으로 키웠다. 창업 초기부터 20년에 걸쳐 전재산 절반에 해당하는 30억원을 꾸준히 기부해왔다.

아직 학생인 원정씨가 기부를 결심한 것은 아버지가 몇년 전 "남은 재산도 상당 부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뜻을 가족과 지인에게 밝혔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들은 할머니가 중학교 때까지 맡아 키운 손자(원정씨)에게 평생 모은 쌈짓돈을 건네줬다. 원정씨는 "1년 넘게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할머니가 주신 돈을 나 좋자고 쓰기는 좀 그랬다"면서 "할머니가 노여워할까봐 조심스레 '우리보다 없는 사람 줘도 되겠느냐'고 여쭸다"고 했다. 처음에 할머니는 깜짝 놀랐다. "없이 사느라 자식들 원대로 가르치지도 몬하고 아플 때 제대로 치료하지도 몬했어. 아들 둘이 장애인 됐을 때 마이 울었지만 지금은 다들 밥 묵고 살아요. 아들(류 원장)이 훌륭한 일 많이 해 자랑스럽지만 손자까지 기부하겠다니…."

하지만 손자는 "이 돈 없어도 알뜰히 모아 훌륭히 살겠다"고 약속했다. 손자는 할머니 이름으로 기부금을 내겠다고 했다.

 
▲ 고액(1억원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인‘아너소사이어티’의 회원인 류시문(63·사진 가운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이 어머니 장월분(87)씨와 아들 원정(26·대학원생)씨와 함께 서울 양천구 자택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장씨는 30년 넘게 폐지를 주워 모은 돈과 아들이 준 용돈으로 1억원을 마련해 손자 원정씨에게 물려줬고, 원정씨는 이 돈을 다시 기부하면서 류 원장과 원정씨가 아너소사이어티의 첫 부자(父子) 회원이 됐다. /이덕훈 기자 [email protected] 할머니는 "나 자신을 돌아봐도, 한참 없을 때 남들이 한번썩 도와주면 숨통이 틔어 좋았어. 이미 네 돈이니 네 이름으로 (기부를)하라"고 했다.

원정씨는 정치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대학 입시에 낙방하자 아버지가 "일류대에 집착 말고 사람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진짜 일류대'에 가라"고 했다. 원정씨는 사회복지학계에서도 실습 많기로 유명한 충북 청원군 꽃동네대학에 진학했다.

원정씨는 "강원도 철원 8사단에 포병으로 입대한 직후, 부끄럽지만 아버지에게 '공부하며 지낼 수 있는 부대로 옮길 방법이 없겠느냐'고 편지를 썼다"고 했다. 보름 뒤 밤샘 보초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원정씨 앞에 A4용지 5매 분량의 아버지 편지가 놓여 있었다. 고참들 피해 화장실에서 열어본 편지는 첫 문장이 "아들아, 민주주의 사회는 평등해야 한다" 였다. 원정씨는 "뒷부분은 읽어볼 필요도 없어 눈앞이 아득했다"고 했다.

부대에서 "신병들에게 강연해주면 3박 4일 휴가를 보내주겠다"고 했을 때도 아버지는 "그냥은 몰라도 자식 휴가 받으라고 강연할 순 없다"고 했다.

전역 후 원정씨는 아버지에 대들었다. "남에겐 너그럽게 주시면서 제 몫은 없습니까." 아버지는 "왜 없어? 네 몫도 있어" 했다. 아들은 "얼마냐"고 물었다. 아버지 대답은 "돈 보다 귀한 걸 주고 가잖아" 였다.

원정씨는 "할머니가 준 돈을 들고 고민할 때 두 가지를 계기로 답을 찾았다"고 했다. 첫번째 계기는 영국 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 두번째 계기는 "가진 것 없고 아는 것 없다고 불안해마라. 바로 그 때문에 채울 수 있다"는 지도교수(김재엽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의 충고였다. 원정씨는 "기댈 데 없이 맨몸으로 출발하면 오히려 더 악착같이 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제 앞날을 걱정하는 어머니에게도 '더 반듯하게 성공해 보이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원정씨의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식은 29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빌딩에서 열린다. 아버지 류 원장은 "아들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면서 "나이 많고 별난 아버지 밑에서 크느라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을텐 데, 반듯하게 자라준 게 고맙고 대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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