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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일 두번째글
게시물ID : freeboard_7830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울붕어
추천 : 0
조회수 : 1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0 20: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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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길은 늘 어둡다.

한 발, 한 발 멀어지는 걸음은 껌을 밟은 것 마냥 무겁다.

어깨는 꼭 누가 붙잡는 것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고 불안한 시선은 액정을 쫓는다.

행여나 연락이 올까봐 꼭 잡은 핸드폰은 아무런 미동도 없다.

힘겹게 한 발을 내딛고 나면 두 번째 걸음은 비교적 수월하게 뻗어나간다.

나는 그 여세를 몰아 애써 그 길을 지나친다.

나는 그 길을 '싫은 길' 이라고 부른다.

그 길이 또 매번 싫은 건 아니다. 

낮의 길은 싫은 길과는 정반대다. 

설렘, 떨림을 안고 마주하는 낮의 길은 유쾌하다.

발걸음은 가볍고 시선은 앞으로 향한 채 머릿속에는 곧 마주하게 될 너의 모습을 그린다.

부드러운 궤적을 그리며 미끄러지는 입꼬리, 순수한 검은 눈망울, 아무렇게나 길게 늘어뜨린 사랑스런 머리칼,

머릿속이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 찰 즈음 나는 문 앞에 도달한다. 

능숙하게 비밀번호를 넣고 문이 열림과 함께 계단을 오른다.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미리 반쯤 벗어둔 신발을 벗어던지고, 이중문을 열자, 졸린 표정으로 누워있는 너의 표정이 보였다.

자꾸만 새어나오려는 웃음 때문에 입술을 앙다물었다. 

문을 마저 닫고 네가 눈치 채치 못하게 살금살금 옆을 걸었다.

슬쩍 이불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갔다.

세이프! 이제 네가 눈을 뜨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너는 도통 깨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게으름 뱅이 같으니!

살짝 고개를 들면 너의 고양이, 단이가 동그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안녕? 눈을 두어 번 깜빡여 주곤 다시 이불을 들쑤신다.

빨리 일어나, 이 여편네야! 탐스런 입술에 입술을 겹친다.

"어? 언제 왔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네가 눈을 뜬다. 됐다 이제 아침 해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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