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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이야기(미우새 베오베 보고 떠오름)
게시물ID : wedlock_88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좌충우돌인생
추천 : 21
조회수 : 3571회
댓글수 : 92개
등록시간 : 2017/06/21 11: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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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좋은 관계란 게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 음슴체.

그 분과 나는, 둘째를 낳고 몇 년을 같이 살면서 사랑과 전쟁 시리즈를 찍었음.
그리고 지금은 아주 데면데면 관계임.

이 글은 사랑과 전쟁 찍기 전의, 그냥 어려운 시어머니였던 때에 대한 추억담임.

 1. 결혼 직후 들은 덕담

신혼 여행 다녀와 듣는 덕담.
아늘 낳는 비법 이야기 하시며 배란일 딱 맞춰 관계 갖고 남자는 고기 먹고 여자는 채소 먹으라던가?
뭐 그런 식이요법 알려주심.

배란일 아닌 날 남편 덤벼들면 절대 응하면 안된다고.

이런 덕담 들은 며느리, 나말고 또 있을까 궁금.

2. 남편 식생활 관련 조언

만날 때마다 남편 아침 잘 먹이라 신신당부하심.

내 남편, 결혼 전까지 아침이란 걸 먹은 적 없는 사람임. 아침 먹기 당연히 싫어함.
본인이 30년간 안 먹인 아침을 왜 자꾸 내게 먹이라는지 모르겠음.
인스턴트 먹지 마라, 식생활 개선해라 볼 때마다 강조하심.

그러면서 만날 때마다 초쿄파이 2박스씩 선물로 가져오심. 이거 보니 아들 생각나서 샀다고.

우리 시집은 탄산음료 패트병을 4개인가, 6개인가 플라스틱 끈으로 묶인 걸 종류별로 사서 창고에 쟁여 먹는 집임.
인스턴트 과자 아이스크림 초콜릿이 언제나 쌓인 집임.지금까지도.

본인이 자식들 먹이지 마시거나, 결혼하고 먹이지 마라 하실 거면 사오질 마시거나.
난 원래 그런 거 잘 안먹는데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음.

3. 첫 명절

결혼하고 첫 명절. 차례 지내고 상 다 치우고 친정 가려는 순간
뜬금없이 돌아가신 시아버지 산소에 가자 하심.
그 말 들은 시동생, "엄마, 한 번도 안하던 걸 갑자기 왜 해요? 우리가 언제 명절에 산소 갔어?"

결국 산소는 가지 않음.

그 이후 며느리 들어오기 전엔 생전 안하던 만두 빚기 등을 하시간 했으나 그 때는 원래 그런 분이려니 함.

4. 첫째 임신

첫째 갖고 딸이란 거 아는 순간, 버럭 하시면서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1번) 너 그거 안 지켰냐 뭐라 하심. 이걸로 몇 번을 혼남.

5. 첫째 출산 직전

집에 입주 산후도우미 오는데 오기 전에 화장실 베란다 구석구석 청소하고 맞이하라 청소 시키심.
그거 하고 다음 날 양수 터져 유도분만함

(시킨다고 그걸 또 한 나는 뭐냐..)

6. 첫째 출산 후

첫째가 토실함.
볼 때마다 살빼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심. 애 살 빼야지, 애 살 빼야지, 애 살 빼야지.
제가 커서 운동시키고 알아서 빼줄테니 걱정하지 마시라 해도 무한반복 루프임.
참고로 우리 시집 식구들 죄다 비만. 나 저체중이다 현재 정상. 내 형제 자매들 중 비만은 단 한 명도 없음.
그 열성으로 본인 자식들 살 빼줄 생각은 왜 안하는지 모르겠음.
그리고 우리 애, 지금 정상 체중임.

우리 애는 연말에 태어났는데, 그 전에 시외사촌 내외분이 아이를 출산함. 우리 애와 6개월 이상 차이 벌어짐.
아이의 모든 행동은 그 집 애와 비교됨. 그 집 애는 지금 이거 하는데 왜 OO이는 못하냐고.
어릴 적 6개월이면 엄청난 차이인데 그런 건 생각 안하심. 그거 말씀드려봤자 그 때만 들은 척 하심.
게다가 그 집 애는 입이 짧아 저체중인데 첫째 볼 때마다 누구는 날씬한데, 얘는 왜 이러냐 무한 반복.

7. 첫째 육아

복직하면서 친정에서 아이 봐주심.
시어머니 계속 전화해서 니네 엄마에게 애 조기교육 좀 잘 시켜달라 하라며
수시로 전화해서 조기교육 하는 방법 말해주시고, 만나면 그 이야기를 꼭 하심.
아는 집 며느리가 교육 교재 만들어가며 아이를 얼마나 열심히 키우는가도 꼭 이야기하심.

나 맞벌이임. 귀에 못이 박힐 거 같아 어느날 물었음. 그 며느리 맞벌이하냐고.
그랬더니 아니 이제 회사 안 다닌다 하고 그 이후 그 아는 집 며느리 이야기는 안 하심.

 7번까지 진행되었을 때 시어머니와 만나면 늘 반복되는 패턴은

-초코파이 2박스 선물 (가끔 도넛 등으로 항목 변경. 확실한 건 모두 설탕 덩어리)
-식생활에 대한 설교
-시외사촌 자녀와 첫째와 비교. 얘는 왜 이리 뚱뚱하니 살 좀 빼줘라 무한반복
- 요즘 너네 엄마 애 교육은 잘 시키냐 물으며 최신 교육 트랜드 무한 반복

통화하면 저기서 초코파이 선물만 빠짐.
그 상황에서 둘째를 임신함.


8. 둘째 임신

둘째 임신 후 몸이 안 좋았음. 그리고 소화불량이 계속 되어 20주 되다시피 거의 먹은 게 없었음.
애 20주에 저체중 신기록 세움. (그 이후 둘째 낳고 신기록 갱신)

만날 때마나 시어머니 너무도 좋아하심.
"어머, 너가 임신하고도 살이 안 찌는 거 보니 둘째는 날씬하겠다."

그리고 둘째 성별이 나왔는데 딸임.
본인이 가르쳐준 걸 한 번 안하면 됐지 두 번이나 그러냐 난리도 아니었음.

 
여기까지가 사랑과 전쟁까지 가기 전의 에피소드들임.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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