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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 일본 기자에 따끔한 일침
게시물ID : humorbest_882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gggggz
추천 : 39
조회수 : 2906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3/26 12:14:58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3/26 00:27:37
From nate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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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세리머니, 당신이 참견할 일 아니다.

요시자키 에이지, 오랜만입니다. 어제 당신이 쓴 칼럼 소식을 들었습니다. 90년대 중후반 붉은악마가 만들어질 당시 많은 붉은악마 초창기 멤버와 우정을 나누던 당신이 한국의 골 세리머니를 노골적으로 비하하고 나아가서 한국 축구의 패배를 기원하는 듯한 글을 발표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에이지, 당신은 ‘스포츠와 정치는 다르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축구장에 등장한 ‘독도’ 때문이겠죠? 다른 종목은 이야기할 필요 없을 것 같고, 범위를 좁혀서 축구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축구와 정치를 별개로 보는 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당신이 두 사안을 별개로 보고 싶다면 그렇게 보세요. 당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미 축구와 정치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말한 ‘정치’는 역사 문제, 영토문제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것 같으니 나도 그렇게 사용하겠습니다.

적지 않은 일본의 축구팬들이 경외하는 남미나 유럽의 프로리그와 국가별 리그에서 스포츠와 정치는 거의 일심동체입니다. 1988년 유러피언 챔피언십에서 만난 독일과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승리하자 일부 네덜란드 국민들은 이를 레지스탕스의 승리와 비교했습니다. 히틀러의 나치가 네덜란드를 침공했던 시절의 울분을 네덜란드 선수들과 국민들은 경기장과 거리에서 토해냈습니다. 잘 아는 이야기지요?

독일은 네덜란드, 프랑스 등 피해를 준 국가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양국이 비교적 친밀한 상태였음에도 그들은 축구장에 ‘과거사’의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하물며 한국은 수십년간 일제의 침탈을 받았으면서도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멀쩡한 우리땅을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상식 이하의 발언에 대해서 우리 것을 우리 것이라고 하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 그게 축구장이든 우리집 안방이든 당신이 무슨 상관입니까.

그 밖에도 사례가 많습니다. 정치뿐만 아니라 노조가 축구장에 등장하기도 했고, 종교 마찰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인종 문제도 등장했고요. 에이지가 그것을 모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 서포터가 거의 맹목적으로 베끼고 있는 남미나 유럽 서포터들도 축구장에 정치적인 이슈를 들고 옵니다. 스페인에서, 이탈리아에서 이런 광경은 너무나 흔한 일입니다.

축구장에 정치를 들고 오는 게 옳은 것인지 아니면 그른 것인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축구장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표현하든 그것은 우리 자유이고 당신은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의 서포터가 독도 관련 퍼포먼스를 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했더군요.

이 문제 역시 당신이 뭐라고 할 사안이 아닙니다. 2003년 5월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일본 국가대표 서포터 중 일부는 붉은악마를 향해 ‘미개인’, ‘가난한 나라 사람들’ 등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며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스포츠를 스포츠 자체로 보는 당신은 먼저 당신 국가의 서포터에 대한 냉정한 반성을 촉구하는 게 순서입니다.

오는 8월 대구에서 한일전이 있습니다. 대구는 하필 독도와 가까운 대도시군요. 당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경기 때는 더욱 많은 ‘독도’를 보게 될 것입니다. 국가대표 서포터 붉은악마가 우리땅을 우리 것이라고 힘차게 외치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당신은 이번 사우디전에서 한국팀이 패하기를 은근히 기원했습니다. 한국이 패하기를 바라는 것은 당신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한국 패배의 근거가 축구 전문 프리랜서로 수년간 활동한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유치합니다.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적응 기간이 길어서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는 생전 처음 듣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 지 궁금하군요. 현지 적응 기간은 너무 길어도 역효과가 날 수 있지만, 짧아도 문제입니다. 과거 사례를 통해 간단하게 단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사우디에게 공격수 많이 쓰면서 롱 패스로 승부를 걸면 승산이 있다고 하셨더군요. 나는 당신의 제안을 사우디가 받아들이길 기대합니다. 사우디는 체력이 약한 팀입니다. 그런 팀이 뻥축구를 하면 후반 초반에 아마 체력이 바닥날 것입니다. 그 틈을 타 한국은 후반 막판 대량 득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우디의 장점은 아시아답지 않은 개인기와 세밀한 패스웍을 기초로 한 탄탄한 부분 전술입니다. 이를 포기하고 뻥축구를 해 준다면 대 환영입니다. 사우디의 골 장면을 찾아서 보세요. 어떤 상황에서 많은 골이 들어 갔는지.

당신은 지난 월드컵 최종 예선 1차전이 벌어진 2월 9일에 한국과 북한이 동반 침몰할 것이라는 칼럼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한국이 앞서 가진 이집트와 평가전 때 졸전을 벌였기 때문에 쿠웨이트와 경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지요. 또 다른 칼럼에서는 2월 9일 경기에서 일본이 북한을 3-0으로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둘 다 틀렸습니다. 한국은 쿠웨이트를 이겼고, 일본은 고전 끝에 겨우 이겼습니다. 매체의 편집장을 만족 시키기 위해 본심과 달리 자극적인 글을 쓰는 입장인지 모르겠으나, 칼럼이나 각종 의사표현의 자리를 통해 한국 축구를 무리한 근거로 비하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한 마디 해 줄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사적으로 적지 않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어색해지는 사이가 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무리한 지적을 하거나 억측을 내뱉는 것이 기자의 본분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두고 싶습니다.

붉은악마 고문/부천SK 서포터 대표 신동민

덧붙이는 글

당신이 우리 선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컨디션과 국제경험을 문제 삼아, 우리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재무장 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는 점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나도 당신과 비슷한 이유로 우리 수비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지적 덕분에 이들이 이번 경기에서 더욱 분발할 것 같군요.

이번 일은 일본이 독도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바람에 최근 한국 국민이 이념, 세대, 지역을 넘어 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과 비슷하군요. 덕분에 우리는 2002년 월드컵 때처럼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분노할 대상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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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이팅~ 니뽄 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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