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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발發축제] 실명(失明)
게시물ID : readers_158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S
추천 : 1
조회수 : 1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1 01:23:13
실명(失明)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한 첫 날
무저갱에 빠진 것처럼, 
도와달라고, 그렇게 소리쳐도 눈 앞은 어둡고, 세상은 적막했다.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한 둘째 날
무저갱속에서 기는 한 마리의 벌레가 된 것처럼,
나는 바닥을 기면서 천천히 세상을 탐험했다.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한 셋째 날
무저갱이 아니라, 세상의 단편의 조각들을 만지는 듯 했다.
어떤 것은 딱딱했고, 어떤 것은 부드러우며,
어떤 것은 까칠까칠했으며, 어떤 것은 매끌매끌했다.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한 넷째 날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려온다. 
차가 경적을 울리는 소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한 다섯째 날
희미한 소리를 찾아서 기어서 문을 나섰다.

눈이 안보이기 시작한 여섯째 날
희미한 소리는, 향기로운 냄새를 같이 데려왔다.
코스모스 냄새, 나리꽃 냄새, 

눈이 안보이기 시작한 일곱째 날
세상은, 너무나 화려한 색을 갖고 있었다.
무지개색 7색이 아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천 수만의 색

눈이 보이기 시작한 첫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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