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평생 시즌권을 소지한 열혈 팬이자 판타지 풋볼 게임의 창시자인 팀 웨버가 프리미어 리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박지성에 대한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는 www.fantasyleague.com에서 제공하는 게임들에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1. 박지성을 영입했을 때의 첫 느낌은 어땠나요?
당시 그의 위상과 이적료를 감안했을 때 후보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로이 킨과 폴 스콜스 같은 선수들이 지칠 때 '신선한 다리' 역할을 해줄 선수말이죠. 퍼거슨 감독이 그를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더군요. 사실 몇몇 유나이티드 팬들은 아시아 시장 진입을 위한 영입일 뿐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 그의 첫 경기를 보고 난 후에는요? 박지성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맨유에서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제가 월드컵과 챔피언스 리그에서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생각했던 스타일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는 열심히 뛰고 정력적이며 잉글랜드 스타일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지 않더군요. 자주 넘어지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분명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가 팀의 주전이 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는데, 측면 공격수로서 퍼거슨 감독이 요구하는 수준의 능력을 갖추지는 못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죠. 분명 라이언 긱스, 리 샤프, 안드레이 칸첼스키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같은 개인 기량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는 4-5-1/4-3-3 포메이션에서 윙어들이 중앙 공격에 가담하는 포메이션에 투입되었는데 이는 박지성의 장점을 살릴 만한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2년 전 풀햄 원정에서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을 때 그가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는 맨유에 오랫동안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 같았어요.
3. 데뷔골을 기록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는데요. 팬들이 이에 대해 조급해하진 않았는지, 박지성에게 더 많은 골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그렇진 않습니다. 맨유 팬들은 새로 영입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에요. 다른 팀의 서포터들과는 달리 우리 팀의 선수에게 야유를 하지는 않습니다. 디에고 포를란의 경우에 골을 넣으라고 비싼 돈을 주고 데려온 선수였는데 충분한 기회를 주었음에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죠. 팬들이 박지성에게 골을 넣으라는 압박은 결코 하지 않을 겁니다.
박지성은 노력과 겸손한 태도로 맨유에 더욱 쉽게 적응했습니다. 그가 앞으로 골을 더 넣어야 하는지는 모르겠군요. 대부분의 미드필더들은 골을 더 많이 넣길 바라겠지만 맨유는 그를 골게터로서 데려온 것이 아니니까요. 그의 골은 일종의 보너스로 여겨질 겁니다. 골보다는 어시스트를 착실히 쌓아간다면 그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셈입니다.
4. 부상을 당하기 전에 박지성의 기량이 맨유 입단 후 최고조에 올랐었다는 것에 동의하세요?
예, 그가 경기에 끼치는 영향력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죠. 맨유가 공격적인 4-4-2 스타일을 사용한 것이 박지성에게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5. 박지성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나니와 안데르손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긱스와 스콜스가 나이가 들어간다고는 하지만 박지성의 주전 경쟁이 더 치열해지진 않을까요?
스콜스나 안데르손은 박지성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닙니다. 하그리브스나 캐릭도 전혀 아니죠. 박지성은 맨유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되지 않을 겁니다. 그의 경쟁자는 불운하게도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겠죠. 그러나 호나우두는 왼쪽에서 뛰며 박지성과 공존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결국 긱스와 나니를 제쳐야 박지성이 선발로 출전할 수 있는데, 이는 분명 쉽지 않은 경쟁입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네 경기 중 세 경기에는 내보내고자 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분명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6. 박지성이 지금의 위상보다 올라서서 확실한 주전이 될 수 있을까요? 주전이 되려면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할까요?
훈련에서 호나우두에게 부상을 입히면 됩니다! 제가 보기에 박지성은 주전이 될 수 있는 선수지만 이른 시일 안에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우선 그는 장기 부상에서 돌아왔으니 몸상태부터 확실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긱스가 은퇴를 한다면 기회는 더욱 늘어나겠죠. 호나우두가 중앙에서 뛰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긱스와 호나우두의 공백이 생긴다면 박지성과 나니가 이를 메워야 합니다. 나니는 박지성보다 더 폭발적이고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뽑아내는 선수지만 박지성의 꾸준함이 나니보다는 앞선다고 봅니다. 이번 시즌만 해도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으니 주전이든 아니든 계속해서 활약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