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아이와 싸워서 이겼고 더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되었다. 친구들도 생겼다. 점점 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보통의 아이처럼 살게 되었다. 그렇게 증오심은 잊혀져 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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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생사를 모르던 삼촌을 만났다. 삼촌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부모님을 잃은 얘기... 삼촌 역시 악마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고 다닌 모양이었다. 끝내 찾아냈지만 무서워 악마소굴에 들어가지 못하는 삼촌을대신해 내가 악마를 단죄하기로 했다.
「악마소굴」
단검을 손에 쥔 채 둔갑술로 악마소굴에 접근하고 나는 암수 한쌍의 악마를 발견했다. 나를 보기 이전에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던 그들은 짐짓 놀란 표정이 되었다. 12년 전 그날을 생각했다. 고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멎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고통이든, 나의 고통이든.
[에필로그]
유년시절, 잠깐의 방황을 제외하면 나는 부모님의 부재에도 행복하게 지냈다. 그렇게 복수심이 희미해져 가는가 싶었지만 죗값을 치르지 않고 모두 없었던 일인 것처럼 웃으며 누구보다 잘 살고 있는 그 년놈들을 보는 순간 이 게임의 목적의식을 환기했다. 불륜이라는 더러운 죄를 짓고도 세상의 전부였던 곳에서, 내 눈앞에서, 세상의 전부였던 사람들까지 죽인 놈을 살려두기에는 내 부모님의 목숨이 너무 아까웠다. 물론 어머니 역시 그 놈과 한통속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 일방적으로 그 놈에게 목숨을 바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영웅이 되었다.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