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되돌아본다.
인생은 길이기에
마지막 문턱에서 선뜻 발을 내밀지 못하는 나는
다시금 뒤돌아본다.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이었고
결코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삶이었다.
그래도 나에겐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나에겐 구원자였다.
그녀와 함께 걸은 길을 떠올렸다.
이 길도 마찬가지일까.
그러나 그녀가 없다는 것에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를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었다.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았다.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다시 뒤돌아보려는 나를 그녀는 작은 손으로 꼭 쥐었다.
나도 더이상 뒤를 돌아볼 필요는 없었다.
나의 인생은 내 옆에 있으니까.
그렇게 끝으로 향하는 첫 발걸음을 조심스레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