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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일 세번째글.
게시물ID : freeboard_7832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울붕어
추천 : 0
조회수 : 17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21 22: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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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무거웠다.

내가 언제 이렇게 촉이 좋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가득 내려앉은 공기는 숨을 턱 막히게 했다.

애써 찌그러진 인상을 펴고 이중문을 열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그 모습에 한숨을 한번 내쉬고 슬쩍 창문을 열었다.

몇 번 이름을 부르자 네가 깨어났다.

너는 어쩐지 평소보다 반 할 정도 더 멍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뭐야, 왔는데 껴안아주지도 않는 거야?

목까지 말이 차올랐지만 다른 말을 꺼냈다.

너는 무어라 대답하는 것 같더니 다시 베개에 누웠다.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가 아침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내가 손수 아침을 여는 수 밖에.

시간이 바쁘게 흘렀다.

네가 눈을 뜨고, 내가 말을 쏟아 붓고, 네가 일어나고, 나도 일어나고, 배고프다며 쫑알대고, 밥을 준비하고, 냉동고 문을 열고,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고, 냄비를 올리고, 하림 치킨을 넣고, 상을 차리고.....

바쁜 시간의 고리를 움켜쥔 건 느즈막한 저녁이 되어서였다.

우리 일주일간 만나지 말래? 응? 일주일 정도 만나지 말자고. 알았어, 근데 왜? 그냥,....

그럼 그냥 방학 동안에는 보지 말자. 뭐? 너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 겠지, 그렇다면 기간이 중요한건 아니잖아.

혼자 있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말 하는 걸 테니까. 나는 네가 집에 내려갔다고 생각하면 되고....

그런 이야기가 정신없이 오갔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린 건 밖엘 나오고 나서였다.

눈이 펑펑 내렸다.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어린아이마냥 펑펑 울었다.

다행히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미어져 견딜 수가 없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눈을 탈탈 털었다.

핸드폰을 꼭 쥐었다. 

문자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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