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란에 1-2 충격패
[폭탄뉴스.com 2005-03-26 00:32:00]
일본의 포백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해외파 6명을 총출동시키며 테헤란에서 승점 3점을 따겠다고 별렀던 일본이 수비 조직력의 급격한 와해로 이란에 완패했다.
이란은 25일 밤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홈구장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으로 일본을 불러들여 가진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B조 2차전에서 전반 25분과 후반 29분 연거푸 골을 터뜨린 하세미안의 맹활약을 앞세워 일본을 2-1로 격침시켰다. 이란은 이날 북한을 2-1로 누른 바레인과 1승 1무(승점 4점), 골득실까지 같아 B조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일본은 1승 1패로 조 1위에서 3위로 추락했다.
아자디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10만 관중의 함성을 등에 업고 게임에 나선 이란은 바레인이 북한을 이기는 바람에 홈경기에서 반드시 일본을 잡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그러나 이날 통쾌한 승리로 7년전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로에서 당했던 원한을 확실히 풀었다. 이란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일본에 2-3으로 진 바 있다.
이란은 노장 알리 다에이를 축으로 왼쪽부터 하세미안, 카리미, 마흐다비키아를 차례로 포진시킨 4-2-3-1 시스템으로 나섰다. 반면 일본은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나카타 히데토시를 위한 ‘나카타 전형’인 4-4-2로 맞섰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일본은 다카하라와 타마다를 투톱으로 내세우고 나카무라, 나카타, 오노 신지 등 해외파를 MF로 중용,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드를 압박했으나 전반 10분 이후 이란 선수들의 개인기에 오른쪽 라인이 번번이 뚫리며 우왕좌왕했다.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마흐다비키아는 전반 20분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일본 문전 오른쪽에서 강슛을 날리며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결국 전반 25분. 중앙선 10m 지난 지점에서 마흐다비키아가 일본 문전을 향해 올린 프리킥을 공교롭게도 일본 수비진이 이란 선수들과 엉켜 하나같이 쓰러지며 하세미안(바이에른 뮌핸)이 찬스를 잡았고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대각선 강슛, 일본 골문을 갈랐다. 이란의 비밀병기로 알려진 페리둔 잔디(카이저스라우테른)는 하세미안과 함께 일본의 왼쪽을 집중 공략하며 분데스리가에서 익힌 기량을 과시했다. 하세미안은 1-1로 균형을 이루던 후반 29분 일본 문전 오른쪽에서 카리미의 센터링을 받아 방아찧는 헤딩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려 이날의 히어로로 떠올랐다.
반면 일본으로서는 힘 한 번 제대로 못써보고 주저앉고 말았다. 공격의 시발점이 돼야할 나카타는 패스 정확도가 예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고 이란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로 쓰러지기 일쑤였다.
지코 일본 대표팀 감독은 이란전을 맞아 기존의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수비를 전환했는데 나카타의 효용폭을 넓히고 이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박기 위해서였으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전술상의 실책을 저질렀다. 수비진은 제대로 호흡을 맞추지 못한 탓인지 우왕좌왕했고 이란의 공격을 걷어내기에 급급했다.
일본은 후반 들어 타마다 대신 야나기사와가 들어가며 공격의 활로를 찾아갔고 후반 20분 MF 후쿠니시가 문전혼전 중 골문으로 대시, 왼발로 그대로 강하게 차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공수에서 특유의 조직력을 상실한 일본은 결국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30일 바레인과의 홈경기에 비상이 걸렸다.
장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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