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과 바람 함께 쉬다가는 9월의 주막에서
함께 여행 온 이모부가 술잔에 삶의 편린을 담아 낸다.
'이십대에는 누구나 꿈과 이상을 마음에 품는 법이다.'
풍파를 헤쳐온 그 한마디가 조용히 안주가 되어 상에 깔리면
나는 군말않고 그 쓰디 쓴 삶을 한입에 털어넣고는 혀로 찬찬 훑어본다.
'삼십대가 되면 네가 그동안 쌓아온 꿈들을 이루는 방법을 알게 될 거다.'
갓 스물의 나에겐 쓰기만 한 그 삶이 이모부에게는 조금은 달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는 내게 한명의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나이 50을 눈앞에 둔 사람 승재씨로서 말을 건넨다.
정의, 사랑, 이상따위를 향해 타오르는 횃불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사그라들었지만 그 속에 환한 불씨를 머금은, 언젠가 다시 타오를 숯 한덩이가 보일 때 즈음엔
이야기 잘 나눴다며 일어서는 그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그의 등이, 유난히 넓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