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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소설 중
게시물ID : sisa_5522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츄리엔
추천 : 0
조회수 : 3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2 19:43:25
목숨이란 건 생각만큼 소중한 게 아니야.
사회가 우리를 보고 살라고 하는 건 출산율이 떨어졌을때 그걸 장려하
는 것과 같은 맥락이야. 우리는 세입원이고 노동력이거든? 사회의 입장
에서는 봉 하나가 먼저 집에 간다는데 그냥 내버려 둘 이유가 없잖아?
그것뿐이야. 사회의 봉이라는 입장에서는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거 알아? 한국도 자살자들이 꽤 많다는 거? 한때는 날씨가 좀 칙칙한
북구 쪽 자살율이 높더니만. 이제는 한국도 그들을 따라잡았어. 적어도
명확한 통계를 내릴 수 있는 나라들 중에서는 손꼽아줄 수준이라니 쓸만
하지?
아 하지만 자살이 트렌드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걸 따라가자는 것은 아
냐. 이 사이트가 속칭하는 자살사이트 중 하나이긴 하지만 무모한 자살
이라는 것은 참으로 추악한 짓이야.
정말 행복한 삶이 아니라면 자살하란 식으로 부추기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정말 만족스런 자살이 아니라면 살라는 역치도 가능한 것이거든.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라면 어디라도 통용되는 황금
율인 듯 하지만 황금율이라고 모든 것을 지배할 수는 없지.
친구들? 당부해둘게 한마디 있는데. 절대로 네 죽음을 자본주의가 지배
하게 하지마. 이데올로기의 추악한 시신이 전 지구를 뒤덮고 있는 지금
그 앞에 목숨을 바치기엔 너무 아깝잖아?
그렇다면 왜 나는 이런걸 쓰고 있는 걸까? 걸리면 형사처벌 받는 다
고.(웃음)
탈출구로서의 죽음이란 추악한 것이야. 현실의 패배자가 그 탈출구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연애에 실패한 남자가 미소녀 피규어를 모아두고
포르노와 현실을 분간 못하고 성폭행범이 되는 것과 같은 거야. 환타지
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이의 죽음과 우리의 그것이 같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끔찍한 게 없지. 평등? 개나 주라고 해. 현실이 평등하지 않은
것처럼 죽음 역시 평등하지 않아. 동의하는 거지?
자살이 도피처가 아닐 때 그것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봐. 인간의 행
동이란 것은 사실 굉장히 제한되어있거든? 하루를 되짚어봐. 어제와 다
른 오늘의 행동은 몇 가지나 되는지. 모든 것은 반복, 반복의 연속이야.
그런 굴레는 조금씩 변화하지만 결국 일생 전체를 지배할 거라고.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있겠어?
이런, 시간이 다 되었어. 오늘은 여기까지야.

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를 했다. 교사는 서비
스 업이고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마당에 애들이 뒤지건 말건
그건 알바 아니다. 다만, 죽어서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으면 되는 것
이다.

'목숨이라는 건 생각보다 그리 소중한게 못돼. 그렇다면 어째서 사회는
우리들에게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지 아니? 그것은 사회가 우리들로 인해
서 굴러가기 때문이야. 학교에 가고, 학교를 졸업해서 사회인이 되고,
그러면 납세를 하겠지? 세금을 내고 돈을 벌어서 경제를 움직이고 그러
다 결혼을 해서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을 낳고 늙어죽어가지. 결국 사회
는 자신의 존속을 위해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거야. 그렇지만 그런 사소
한 이유로 목숨의 자결권을 사회에 맞기고 살아가긴 싫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뭐가 되지요?'
'훌륭한 사람이요.'
'훌륭한 사람이 되면 뭐가 좋죠?'
'돈을 잘 벌죠!'
'돈을 잘 벌면 뭐가 좋죠?'
'갖고 싶은걸 살수 있어요.'
'갖고 싶은게 뭐에요?'
'이런저런거요. 게임기라던가 좋은 집, 차, 수영장....'
'그런 대답을 원한게 아니에요. 갖고 싶은거란 건 대체 뭐죠? 어째서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게 되는 건가요? 그것을 갖게 되는 것으로 '
'......'
'어서 대답해주세요.'
'...씨발 새끼.'

안녕. 오래간만이지 여러분? 그동안 매스컴이 나에 대해서 좀 많이 떠
들었지? 뭐 사실 나는 그들의 보도방침에 대해서 불만이 많아. 하지만
이해해 줘야지. 그들은 추악하기 짝이 없는 매스컴 아니겠어?
음. 그래. 추악하지. 원래 언론은 시민들에게 올바른 현실을 알게해줘
서, 권력에 대항하거나 적어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게 하기 위한 시민
의 도구였어. 시민의 지팡이라고 주장하는 경찰보다 훨씬 더 지팡이란
의미에 근접한 존재였지. 그렇지만 지금의 언론은 어떻지? 그들은 너무
나도 훌륭한 권력의 시녀야. 나찌의 괴렝이 선택한 우민화전술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거야. 저 형편없는 쇼프로, 연예프로를 보라고. 이웃
나라 일본의 것을 그대로 베껴놓았고, 뉴스는 또 어떻지? 그들은 권력의
시녀가 되기로 작정한 추악한 돼지들이야.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힘이 있지. 그리고, 누구나 그렇지만 진골, 성골을 따라잡으려
하다간 참새가랑이 찢어지기 십상이지.
.....중략
그렇다면 우리는 이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우리 목소리를 낼수 있을까?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고 강렬한 메시지가 될까? 이런 의문자체가 바보스
럽게 느껴지는건, 내가 잭 오 랜턴이라는 걸 떠올리라고.
당연히 이 연쇄 자살사건이지.
이것은 우리들이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면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스
트라이크야.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생물, 인간으로서의
시위지. 왜 민주화 운동 시절 때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는 분
신자살을 했겠어? 그것은 시위야. 그렇게 의지를 위해서 죽는 사람들이
야 말로... 진정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아 그럼 오늘은 이만.

- Jack'O lantern -

Suicide Logic편 중

홍정훈 작가의 월야환담 채월야 에서 있던겁니다
오랜 만에 읽으니 현실과 비교 되더라고요
2002년에 출간 되었으니 그만큼 과거일텐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이 답답하네요
채월야는 단순히 판타지로 보면 판타지지만
깊숙이 담겨진 현실적인 사회 현상 문제들을 곰곰이 생각하며 보면
공감가는게 많습니다.
이편 뿐만 아니라 다른 편에도 상당이 많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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