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살고 있는 여징어입니다.
퇴근하고 밥 잘먹고 심즈를 실행시키려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어요.
겁이 많아서, 집에 혼자 있을때는 모니터 들여다보고 익숙한 얼굴의 택배아저씨가 아니면 집에 아무도 없는 척 하는 편인데,
모니터로 젊은 여자분과 또 다른 어른에게 안긴 남자 애기가 보이더군요.
"누구세요?"
- 아.. 윗집에서 왔어요^^
...윗집?
아랫집이면, 가끔 흥을 못 이겨 파워댄스를 추는 저 때문에,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감정 악화를 걱정하며 부들부들 떨어야했겠지만,
윗집이라니 도통 찾아오신 연유를 모르겠더라구요-
설마 요즘 시대에 이사 오셨다고 아랫집까지 인사를 오시진 않으셨을테고..
문을 열어보니,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부부와, 아빠 품에 안긴 귀여운 남자애기가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윗집에 살고 있는데요-
요즘 저희 애기 때문에 많이 시끄러우시죠? 죄송해요.
애기가 막 이제 걷고 뛰고 할 때라, 말린다고 해도 아무래도 생활하시기 좀 불편하시지 않으실까 해서
사과차, 인사차 내려왔어요^^"
하십니다.
헐.
무개념 부부들 때문에 애기라면 치를 떠는 저였는데, 순간 아이 어머니 뒤로 후광이 막 비추더군요 ㅠㅠ
"ㅇ, 아녜요! 안 시끄러웠어요! 괜찮아요!"
하며 손사래를 쳤더니, 아이 아버지가 애기를 향해서,
아유. 많이 시끄러우셨을텐데. 고마운 누나다. 그치?
하시는데, 또 다시 심장 어택이 하앍 ㅠㅠ
눈이 똥그란 애기한테 홀려서,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흔들 하고 인사를 했더니,
애기가 멍- 한 표정으로 마주 손을 휘휘 저어서 인사를 해 주는데 하앍 ㅠㅠㅠㅠ 내 심장 ㅠㅠㅠㅠㅠㅠ
"최대한 집 안에서는 안 뛰게끔 타이르겠지만,
혹시 조금 시끄러우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릴게요. 죄송해요"
하시며 이거 드시라고, 왠 종이봉투를 내미십니다.
안 주셔도 된다고, 괜찮다고 하는데, 아이 아버지도 "여기 롤케이크 맛있어요. 드세요^^" 하시구요-
미친빵집착성애자인 저는 결국 못 이긴척 봉투를 받아들고(츄릅ㅡㅠㅡ) 90도로 감사하다구 인사를 했드랬습니다.
"OO이도 누나한테 인사해야지!"
하니, 애기는 꾸벅 하는 대신, 저한테 또 손을 흔들어줬어요. 아 내 광대..
어.. 어떻게 끝내야 하지.
아. 체리와 딸기가 들어간 생크림 롤케이크는 정말 개꿀맛이었다고 합니다.
하앍. 많이 뛰어도 되니까 건강하게 자라렴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