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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발發축제] 눈을 기다리는 밤
게시물ID : readers_161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3
조회수 : 32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22 21: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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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기다리는 밤
 
 
시집 간 언니가 오고 집을 나갔던 동생이 오고 눈 수술을 한 어머니와 벽이 된 아버지가  
오랜만에 한 집에 모여 자던 밤이었어요
 
가끔은 예전처럼 한 방에 모여 잘 수 있다면 좋겠다고 어린시절을 토닥여 봐요
다섯개의 심장이 저 마다의 삶으로 방안 가득 자장가 부르던 어린시절이
이 밤 자리에서 일어나 베개 들고 엄마 곁에 눕게 해요
 
시간이 지나면 모두 따스하고 아련해지기 마련이니
자꾸 오류만 뜨는 컴퓨터처럼 사는 게 답답할 땐
잠시 뒤로 돌아앉아도 좋아요
 
연탄을 갈 때 마다 얼어죽진 않지만 희망에 잠입한 죽음을 만나면서도
잠시 숨을 멈추고 따스한 숨통을 맞춰놓으면
가뿐 숨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그 밤은 모두가 따뜻하게 잘 수 있더랬어요
고양이 울음에 비닐창문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일이 많았지만
밤을 할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고양이는 울 수 있었어요
 
가로등에 내리는 눈을 보는 밤이면 언제나 포근했어요
엄마의 도마질소리만큼 눈은 몰캉하게 쌓였고
바람이 살짝만 간지럽혀도 자지러지게 웃던 눈 내리던 밤을 기억하며
나는 눈을 기다려요
 
아아, 눈 오는 밤.
나는 너무나 많은 추억을 쌓았네요
 
가끔 버려도 좋은 추억일랑 곱게 뭉쳐 저 멀리 도망가는
시간의 뒷통수에 겨냥해요. 맞는다 해도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못다한 소망과 꿈하는 일은 둥굴게 굴려 내일이 오는 길목에 세워뒀어요
그 역시 지나치게 과묵해서 그것을 부수지 않고는 오지 못하게
 
지난 시간처럼 굳어버린 눈조각을 모아 두꺼비집도 짓고 눈사람도 만들다
저들을 비우고 소리 없이 투명하게 흐를  봄이 오면  
아지랭이 몸을 일으키듯 우리도 그렇게 시간을 흘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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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일기를 시로 재구성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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