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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젠 외롭지 않다
게시물ID : lovestory_883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33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05 08:02:5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Pz7aWTROGbU






1.jpg

곽재구두 사람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꽃길을 지나갑니다

바퀴살에 걸린

꽃향기들이 길 위에

떨어져 반짝입니다

 

나 그들을

가만히 불러 세웠습니다

내가 아는 하늘의 길 하나

그들에게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불러놓고 그들의 눈빛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내가 아는 길보다

더 아름다운 길을 그들이

알고 있을 것만 같아서

불러서 세워놓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2.jpg

정호승새점을 치며

 

 

 

눈 내리는 날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천 원짜리 한 장 내밀고

새점을 치면서

어린 새에게 묻는다

나 같은 인간은 맞아 죽어도 싸지만

어떻게 좀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

새장에 갇힌

어린 새에게






3.jpg

황금찬

 

 

 

언덕에는 미운

꽃들이 피어 있었다

 

나는 언덕길을

전설처럼 걸어 내리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은 오고

가는 길이라는데

 

왜 오늘 이 길엔

나 혼자뿐일까

 

가는 길은 모두

이렇게 적막했을까

 

이젠 외롭지 않다

구름과 같이 가고 있다







4.jpg

김형영오늘 부는 바람

 

 

 

오늘 부는 바람

어제 같지 않구나

 

마루에도 마당에도

골목에도

골목에 이는 먼지에도

 

버스에도 사무실에도

일을 끝낸 퇴근길에도

퇴근하는 어깨에도

 

만나는 친구에도

헤어지는 뒷모습에도

낮에도 밤에도

 

일어서야지

봄같이는 못 일어서도

일어서는 척은 해야지

몇 번이고 다져보는

마음 한구석에도

 

오늘 부는 바람

어제 같지 않구나







5.jpg

박남수소곡(小曲)

 

 

 

구름 흘러가면

뒤에 남는 것이 없어 좋다

짓고 허물고결국은

푸른 하늘뿐이어서 좋다

 

한 행의 시구

읽고 나면 부담이 없어서 좋다

쓰고 지우고결국은

흰 여백뿐이어서 좋다

 

평범한 사람

남기는 유산이 없어서 좋다

벌고 쓰고결국은

돌아가 흙뿐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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