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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많은 선들이 나를 지나간다.
난 진정 왜 당신의 생각이 나를 떠나지 않고 곁에서 배회하는지 알 수가 없다. 습관적으로 당신을 떠올리고 인이 박히도록 당신의 이름은 되풀이된다. 힘이 들지도, 애틋하지도 않은. 아무런 영향력도 없을 당신이란 게 되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는 걸 깨닫고선 어찌나 열없던지.
오래 전 당신은 나를 지나갔다.
지독한 허영심일지는 몰라도 나는 오래도록 떠오르는 사람이고자 했고 나의 바람은 당신에게도 투영되었나 보다.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의 대가는 지리멸렬한 가혹함이다. 당신은 지나갔는데 그림자가 길다. 아, 너무 더디다. 당신이란 사람.
당신을 지날 것이다.
모질지 못해도 좋다. 조급해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당신도, 당신이 사랑했던 나도 없다는 사실을 진정 이해할 때. 이미 다 써버린 기대와 아쉬움의 감정을 상실할 각오가 되었을 때. 당신을 잊는 게 전연 두렵지 않을 때. 그 때가 내일이라도, 10년 뒤라도, 평생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게 그 때가 계시처럼 다가올 것이고.
난 단숨에 당신을 가로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