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고현장을 바로 코 앞에서 목격한 적이 있었어요. 어떤 아저씨가 술에 취해서 에스컬레이터에서 구르셨는데, 진짜 피가 완전 흥건한거예요. 당시 저는 그 아저씨 뒤에 서 있었고, 제 옆에는 여친이 있었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고, 기차타러 가는 길이었어요.
제가 배우기로는 머리나 목이 다친 사람일 경우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라' 거든요. 그런 응급환자의 경우 지식이 없는 사람이 함부로 건드렸다간 자칫 더 크게 다칠 수도 있다고. 응급처치 시간에 그리 배웠어요. 그래서 아저씨 상태 확인하고 아저씨 상태 확인하려는 사람들 제지하고 119에 전화하고 위치 상세하게 알려주고 역무원한테 달려갔거든요. 사람이 다쳤다고. 119에는 전화 했다고. 역무원분들도 달려오시고 확인하시고 건드리시지는 않았어요. 10분 안돼서 소방대원분들 오셨는데, 오시자마자 조심스레 아저씨 상태 확인하고 이송해가는 모습까지 보고 왔어요. 기차 시간 땜시.
그런데 여자친구 택시 태워서 보내기 전까지 영 찝찝하더라고요. 아저씨 다쳐서 신음도 못하고 있는데, 여자친구는 역무원들이 달려오는 그 순간까지, 하얀 신발에 피가 묻었다면서 진짜 큰 소리로 투정부려서.
그게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전화하자마자 역무원한테 달려갔던 이유가 여자친구한테 역무원 불러오라고 말했는데 신발에 피 묻었다고 투덜거리고 있어서;;;
제가 배운 것과 보고 자라온 것들을 토대로 보면, 보통 그 상황에서 그런 투정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저도 바짓단에 신발에 피가 잔뜩 묻었는데(바로 아저씨가 앞에 계셨으니까)...
저는 그때 되게 창피해서 신발 닦아주면서 조용하라고 했는데도, 그래도 투덜투덜. 하얀신발인데. 이 말이 아직도 귓가에 웅웅거려요.
이제와서 따지는 것도 웃기지만 이런 여자사람도 있었다는 것과, 그리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