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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너무 밝고
게시물ID : readers_161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세된양말
추천 : 1
조회수 : 2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3 13:04:32
아침은 너무 밝고


오늘은 또 세상이 왜 이리 또렷한가.
구름을 통과해 비추는 햇살은
왜 이리 맑고 투명하여 도시의 온갖
그늘진 거리와 몰락한 집들을
번쩍번쩍하게 비추는가 말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카페인을 과량 섭취하는
내 나쁜 버릇은 도대체 뭘 믿고
탄생한 것인가.
왜 일터에서 돌아와 쓰러져 누워야할 때
하필이면 동두천에서 선생질 하는 친구가 보고 싶고
마누라한테 용돈 타다 사는 백수 친구도 보고 싶고
대머리 벗겨진 기타 치는 친구도 보고 싶고
애인과 함께 툭탁거리며 살고 있을
피라미드 사업하는 친구가 보고 싶어서
결국엔 아무나 불러내서
오전 10시부터 맥주 한 잔 걸치고
아침부터 술 마시고 비틀대기에는 태양에게 다소 죄송하여
그리 저렴하지는 않은 카페에 가서 몇 시간이고 썰 풀며
커피에다 맥주를 말아먹는 기행을 벌이냔 말이다.

자기 손으로 커피콩 볶아 마시는 친구가 말하길
카페에서 파는 커피들 순 가격 뻥튀기라더라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는 모든 것의 가격이 천천히 끈질기게
올라가기만 하는 경제대국에 살고 있는 것을.
그래서 이곳에 살면서 가끔
내 가격도 언젠가 조금은 오르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품곤 하는 것이다.

카페인으로 인하여 유리구슬처럼
어릴 때 주워다 상자에 모으곤 했던 유리구슬처럼
맑고 흠집투성이가 된 정신으로 생각해보니
어젯밤 내가 뭘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해가 질 때쯤에 출근했던 것은 기억나는데
퇴근할 때까지 15시간 동안 뭘 했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맨 정신에 필름이 끊겼나.

그나마 육신이 기억하는 것은
담배를 좆나게 피웠다는 것이다.
너무 피워서 폐가 진액을 토할 정도로
담배 피우다 죽을 놈처럼 피워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곧 담배 값이
별다방 커피 값이랑 비등비등할 정도로 오른다고 하는데
내가 그 거금을 내가면서 담배를 피울
배짱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아, 그러나 시바, 담배를 피워야만
시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면
담배를 배우기 전에도 시는 미친 듯 썼었고
담배를 처음 배운 열아홉 살 때부터 지금까지
남들 평생 피울 담배를 다 몰아서 피웠고
허파가 더는 못해 처먹겠다고
붉은 머리띠 매고 파업 들어갈 정도로
흡사 자살시도 하듯이 피워댔으니
이제 그만 피워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는 해도 괜히 군인들이 걱정이다
이젠 피엑스에서 담배 면세도 안 해준다는데
죈 종일 흙탕물에서 구르고 담배 살 돈도 없으면
그네들은 어떻게 사나? 이거 또 보나마나
군대 자살률 급상승하게 생겼다.
대통령 각하, 우리 대한건아들은
자기 돈 내고 기관지에 독극물 쏟아 넣을 자유도
없는 것이지 말입니까.

독극물 하니까 말인데
오래 전에 키우다 시골 보낸 우리 개새끼
친동생보다 이쁜 우리 개새끼 
시골집에서 어디 쥐약 주워 먹고 죽은 것 아닐까
그것이 걱정이다.
쥐약 먹고 죽은 개로는
개장탕도 못 끓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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