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83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2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09 08:48:3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3evRP1zXk3s






1.jpg

김광규시조새

 

 

 

아득한 옛날 이름 없는 원시림에서

둔중한 꼬리를 끌고 다니던

공룡에게도 머리가 있었다

길이 없는 질펀한 소택지에서

배를 끌고 기어 다니던

파충류에게도 꿈이 있었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울부짖으며 헤매다가

앞발을 들고 일어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매달리며 떨어지고 가까스로

나뭇가지 위에 기어 올라가서

언덕 너머를 바라보기도 했다

멀고 높은 곳이 그들에게도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늘로

날아올라가 생명의 꿈을

화석에 남겼을 것인가







2.jpg

이용악꽃가루 속에

 

 

 

배추밭 이랑을 노오란 배추꽃 이랑을

숨 가쁘게 마구 웃으며 달리는 것은

어디서 네가 나즉히 부르기 때문에

배추꽃 속에 살며시 흩어놓은 꽃가루 속에

나두야 숨어서 너를 부르고 싶기 때문에






3.jpg

정호승벗에게 부탁함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올 봄에는

저 새 같은 놈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봄비가 내리고

먼 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저 꽃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 같은 놈이 되고 싶다







4.jpg

이성선논두렁에 서서

 

 

 

갈아놓은 논고랑에 고인 물을 본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나뭇가지가 꾸부정하게 비치고

햇살이 번지고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잠기고

나의 얼굴이 들어 있다

늘 홀로이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

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있다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이

본래의 내 모습인 것처럼

아프지 않다

산도 곁에 거꾸로 누워 있다

늘 떨며 우왕좌왕하던 내가

저 세상에 건너가 서 있기나 한 듯

무심하고 아주 선명하다







5.jpg

이승훈우리들의 밤

 

 

 

꿈이란 무엇이며

어둠이란 무엇이며

혁명이란 무엇인가

비 내리는 밤

비 내리는 밤은 무엇인가

쓸쓸한 사람 곁에 누워

비쩍 마른 나는 무엇이며

흘러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 내리는 밤

문득 들리는 네 가슴의

시냇물 소리란 무엇인가

치욕이란 무엇이며

추위란 무엇이며

생활이란 무엇인가

어둠 속에 불을 켜고

잠이 안와 돌아눕는

이 외롬이란 무엇이며

어둔 창을 열고

약을 먹는 나란 무엇인가

그런 게 모두 무엇인가

어둠 속에 잠시 타오르는

불빛 불빛 같은 것

그런 게

모두 무엇인가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