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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발發축제]검게 물든 소년의 이야기.
게시물ID : readers_161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zrider
추천 : 0
조회수 : 34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3 20:22:19

이것은 밤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 중 가장 작은 별의 이야기.

검게 물든 소년의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소중한 것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이 있었다.

홀로 세상을 등진 그는 상처받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결국 검게 물들어 악마가 되었다.

한때 다른 이들처럼 평범한 이였던 악마는,

그래서 밤의 숨결처럼 텅 빈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텅 빈 마음은 한 방울, 한 방울 검은 물을 흘렸고,

그 검은 물은 그가 살고 있는 밤하늘을 채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하늘에서 검은 물이 넘쳐

갓 태어난 소년에게 떨어졌다.

소년은 검게 물들었다.

소년은 검게 물든 자신이 싫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싫어하게 돼버리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절망과 분노뿐이다.

그래서 소년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녔다.

 

저 검은 녀석은 나빠.

더 이상 우리들 사이에 끼워 줄 수 없어.

검은 녀석. 그것이 소년의 이름이 되었다.

모두들 그렇게 소년의 곁을 떠났다.

그렇게 소년은 혼자가 되었다.

매일 같이 못된 짓을 하고 다닌 벌이었다.

소년은 후회했다. 이미 때는 늦었지만 진심으로 후회했다.

너무나 외로워서 매일 엉엉 울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혼자 두지 말아줘. 외로운 건 이제 싫어.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어느 날, 소년은 피 흘리며 누워있는 작은 새를 보았다.

이 새는 나처럼 혼자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소년은 갑자기 슬퍼졌다.

소년은 그 작은 새를 정성 것 치료해 주었다.

그 뒤로 작은 새는 소년을 따라다녔다.

작은 새는 소년이 매일 매일 혼자 울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착한 아이가 되면 모두들 돌아와 줄거에요.

보세요. 당신에게 도움을 받은 저는

이렇게 당신의 곁에 머무르고 있잖아요?

 

그래, 내가 착한 아이가 되면 모두들 다시 돌아와 줄거야.

소년은 작은 새의 말을 믿었다.

소년은 그렇게 여행을 떠났다.

울며, 울며 여행을 떠났다.

소년은 수없이 많은 나라, 도시, 마을을 여행했다.

슬퍼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파하는 이들의 상처를 감싸주었다.

그리고 그들을 대신 해 슬픔을 짊어졌다. 상처를 짊어졌다.

 

많이 힘들었지만 괜찮아.

난 이제 착한 아이가 된거지?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여전히 대답해주지 않았다.

소년은 어쩐지 울어버릴 것만 같았지만

꾹 참고 다시 여행을 떠났다.

언젠가 모두들 돌아와 줄거야.

그렇게 믿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악마는 소년을 보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검은색의 소년.

악마는 궁금했다.

저 녀석도 검게 물들었는데 왜 나처럼 되지 않을까?

어느 날 악마는 하늘에 구멍을 뚫었다.

검은 물줄기는 땅으로 쏟아져 내려 점점 퍼져갔다.

모두들 그것을 두려워하며

들리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보이지 않도록 몸을 낮췄다.

세상은 이대로 끝나버릴 것만 같았다.

 

그 때. 검게 물든 소년이 물줄기를 막아섰다.

검은 물줄기는 세차게 소년의 몸을 덮쳐눌렀다.

소년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난 이미 검게 물들었으니까 괜찮아.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악마는 소년에게 말했다.

너는 나와 같아. 나처럼 새까맣게 물들었지.

너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밉지 않아?

너는 이미 충분히 아파했는데 이미 충분히 슬퍼했는데,

그걸 몰라주는 사람들이 밉지 않아?

우리와 함께 세상을 검게 물들이자.

그러나 소년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검게 물들어 버리면 모두가 서로를 미워할 거야.

그건 너무나 아픈 일이야. 너무나 슬픈 일이야.

나는 알아. 나도 검게 물들었으니까.

 

악마는 실망했다.

너는 나와 같을 줄 알았는데,

날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검은 물줄기는 이제 큰 파도가 되어 소년의 몸을 덮쳤다.

소년은 몸은 처참하게 깨지고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러나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소년은 일어섰다.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파도를 뚫고

한 발짝 한 발짝 악마에게로 나아갔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뻔한 이야기였다.

소년은 약했고 악마에 맞설 힘 따윈 없었던 것이다.

소년은 결국 힘이 다해 쓰러졌다.

그 때, 작은 새가 날아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소년이 홀로 악마에게 맞서고 있다고.

사람들을 위해, 홀로 검은 파도를 버티고 있다고.

한 사람 한 사람. 소년을 위해 일어섰다.

모두의 마음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빛이 소년에게 힘을 주었다.

 

소년의 검은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마치 햇살처럼 밝아서,

세차게 흐르는 검은 물줄기조차도

하얗게 빛나며 온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소년은 악마에게로 다가가 살며시 그를 끌어안았다.

악마의 텅 빈 마음이 빛으로 채워져 갔다.

그리고, 검은 물줄기는 사라졌다.

악마는 이제 없었다.

 

그러나, 소년은 죽어가고 있었다.

하얗게 빛나는 소년의 몸은

언덕 위에 쌓인 눈처럼 부서져 날렸다.

사람들은 후회했다.

왜 좀 더 빨리 그를 받아주지 않았을까.

왜 좀 더 많이 사랑해주지 않았을까.

 

하지만, 소년은 웃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한 눈으로, 기쁘게 웃었다.

나는 모두와 함께 있어.

이제야 모두와 함께 있어.

소년은 자신의 곁으로 모인 이들을 둘러보며

마지막 힘을 내 작별인사를 했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그리고, 안녕...

헤어지는 건 슬프지만,

더 이상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건... 너무나 슬프지만...

그래도 안녕...

안녕...

 

소년은 그렇게, 하늘로 올라가 작은 별이 되었다.

그 별은 아주 작았지만, 밤하늘의 어떤 별보다 밝게 빛났다.

그 빛은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비춰주었다.

사람들은 이미 세상에 없는 소년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혼자가 된 검은 소년이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자신이 머물 곳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를. 가족을 만드는 이야기를.

그것은 가장 작은 별의 이야기.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 중

가장 작지만, 가장 빛나는 별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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