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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5일 다섯번째 글
게시물ID : freeboard_7835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방울붕어
추천 : 0
조회수 : 1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3 21: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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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하루가 찾아들었다.

네가 없는 하루를 보냈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너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 부터, 우리가 헤어지게 된다면 나는 결코 후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후련하지 않았다. 아니, 후련하지 못했다.

다른 의미로 바쁘게 흐르는 하루를 보내고 다시 아침이 되었다. 이별을 실감할 수 없었다.

다만 눈을 뜨자마자 어제의 기억이 떠올라서 뇌가 타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잘못 된 기억을 수정하는 것 마냥 머리가 뜨거워서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 길로 네 집을 찾았다. 농구공을 가지러 간다는 핑계로, 전해줄 게 있다는 구실로.

네 집에 도착할 즈음, 네게서 문자가 왔다. 농구공이 없으니 다시 돌아가라, 헛걸음하게 만든 건 미안하다는 문자였다.

나는 뒤를 향하지 않았다.

과거의 기억이 겹쳐졌다. 네 집앞에서 설득을 시작했다. 네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고, 나는 가망없는 설득을 시작했다.

벽에 대고 혼자 말하는 것 같은 공허함이 몰려왔다. 그래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후회하지 않을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네가 내칠수록 갈등이 피어났다.

네가 돌아가 달라는 말을 할수록 포기에 대한 집착이 생겨났다.

이대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등을 떠밀었고, 그와 동시에 이번이 정마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다리를 옭아맸다.

나는 협상을 시작했다. 물러 설 계단은 없었다.

한참 후 문이 열렸다. 네가 나왔다.

네 시선이 잠깐 나를 향하다가 이내 아래를 향했다.

쓰레기 봉투를 들고 묵묵히 밖을 향하는 너를 붙잡을 수 없었다.

네가 다시 올라왔을 때, 나는 네 팔을 붙잡았다.

나를 향해 돌아보는 네 눈빛에 서린 것은 당혹감도, 분노도 아니었다.

감정 없는 두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나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었다. 나는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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