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여기에 글쓰는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건 아니지만... 이곳에도 자녀를 두신 분들도 꽤 많다는 걸 알기에 몇 말씀 드립니다..
저희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십니다.. 외할아버지도 초등학교 교사셨습니다... 큰이모도 초등학교 교사이십니다.. 작은이모도 교사이십니다.. 네..(그러나 전 병원근무 개발자 -_-)
어머니는 이제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어릴 적 어머니는 "힘들어도 보람있다..애들 이쁘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하지만 요즘 어머니 퇴근하시면 전인권 목소리가 되셔서 돌아오십니다.. 그리고.. "참 견디기 힘드네"란 말씀으로 바뀌셨습니다..
이유? 아마 대충 아실껍니다.. 서류가져다 드릴게 있어서 어머니 근무 학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고 계시죠... 수업시간 도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일년에 몇번씩 하는 학부형 참가수업을 상상하지 마세요.. 목이 터져라 조용히 좀 하라고 말씀하시고.. 심지어 뒤에 있는 씬ㅇㅁ라ㅣㄴㅇ러 ㅁ;ㄹ;ㄴㄹ 몇놈은 책상위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옆에 친구랑 수근수근도 아닌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질 않나... 뛰어가서 정말 싸데기를 후려주고 싶더군요... (그렇다고 폭력을 써야한다! 지금 문제가 생긴 폭력교사를 이해한다, 그런 말씀을 드리는게 아닌거라거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요즘 흔히들 얘기하죠. 학교에서 선생이 애들을 어떻게 때리면 안된다.. 말로 하면 되지 않냐... 학생들도 인권이 있다.. 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말 안듣는 애들을 어떻게 컨트롤 해야 하죠? 소리질러도 안됩니다.. 매를 드는것도 못하게 합니다... 조금 심한소리 하면 전화옵니다..
"우리애가 얼마나 착한데 그런 심한 말을 하냐? 거짓말 할 줄 모르는 아이다.. 교육청에 고소하겠다.." 참 기가 막힙니다.. 학교에서 애가 혼나고 오면 왜 그런지... 그리고 정말 잘못했으면 학부형이 뭐라고 해야 하는겁니다. 애들 말을 100% 믿고 일단 선생님께 전화부터 드립니까?
남자애들 둘이 치고 박고 하고나면 또 전화옵니다.. "당신 하는 일이 뭐야? 애들이 이렇게 싸우는데 어디서 뭘한거야? 우리애가 맞고 왔잖아! 내일 학교 찾아갈테니 애 데리고 있어!! ".. 허허허 왠 반말... 초등학교 저학년들 학부형이면 보통 저랑 나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학부형도 많습니다.. 과격하게 말씀드리면 이건 미친겁니다..
일진인지 뭔지 애들끼리 히히덕 거리면서 나쁜 짓 하는 애들.. 정말 몇몇 순둥이 같은 애들 괴롭히는거 알게되어 불러서 뭐라 그러면 전화옵니다.. "말도 안되는 얘기 하지 말라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죠? 학교폭력 근절? 몇몇 젊은 선생님들 처럼 애들 떠들면 "그래 니는 떠들어라 노터치~ 나는 월급받으니~" 그게 좋으세요?
정책적으로든 뭐든 학교에선 애들 크게 혼내지도 못하고 화를 내지도 못하게 하며 통신문에는 좋은 말만 써야하고 초등4학년부터는 애들이 선생님을 평가하지 않나(참 제 정신 아닌 평가제도...)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일 뿐입니다.. 아직 생각이 성숙하지도, 뭐가 잘못이고 뭐가 아닌지도 명확히 인지 하지 못하는 "어린이" 입니다.
학교에서 애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이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면, 집에서 학부형들이 하셔야 하는겁니다. 예절을, 친절을,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법을, 선생님을 존중하는법을, 학교에서 가르치기 전에 집에서 어머니가, 아버지가 엄하게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 "영어" 보다 "국어" 보다 "도덕!"이 "바른생활!"이 먼저 입니다.. 그게 되지 않는 이상 선생님에게 "존경은 개뿔" 하는 애들이 선생님 되겠죠.. 이쯤되면 학부형과 얼굴맞대고 싸울지도 모르겠군요..
지금 우리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기억속에서 나를 가르쳤던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 되도록 할 수 있는 건 이젠 교육청도, 교장선생님도, 교육감도 아닌 학부형들 스스로 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라는 건 무조건적으로 듣고 믿으라는게 아닙니다. 아이의 생각을 듣고 바른쪽이 아니라면 꾸지람을 해야지요...
"20년전에 가르쳤던 제자들은 선생님 고맙습니다 한번씩 찾아올지언정 지금 제자들은 단 한명도 안올거 같다, 물론 찾아오길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학원강사보다 대우받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젠 선생님이 아닌가 보다.."
어머니 정년퇴직 하실때 까지 달라질 건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도 꼭 한번은 이런글 읽어보시고 왜 점점 더 "선생님" 같지 않은 일들이...교권이 엉망진창이 되어가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해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남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