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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 죄송합니다.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게시물ID : gomin_1211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32만원
추천 : 1
조회수 : 2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5 01:34:20
4학년 2학기에 이제야 취업해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취업 준비생입니다.
 
해야 할 공부도 정해져 있고 공부할 여권도 충분한데 왜 이리 공부가 손에 안 잡히는지.
 
친구들과 저녁 식사 후 잡담을 하면서도 대화에 집중 못 할 정도였습니다.
 
9시가 다 되어 갈 때쯤, 후배 하나가 학교축제에 가서 주막에 술 좀 팔아주자고 제안했습니다. 
 
아까 전부터 귀를 간지럽히던 스피커 소리에 마음이 뒤숭숭해서 인지 스스로 채찍질하던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다들 긍정의 눈빛을 나누며 짐을 챙겼습니다.
 
그렇게 남자 다섯이서 10시까지 마신 맥주가 10병 남짓. 소주는 내일이 부담스러워 맥주를 선택했지만, 너무 급하게 들이켜서 소주를 한 병씩 마신 것처럼 취기가 올랐습니다. 오늘은 끝까지 마시고 내일부터 더 열심히 공부하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시야에 들어온 표정들은 다들 걱정이 묻어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작별하고 지하철에 올라 음악을 들었습니다. 며칠 전에 물에 젖어 고장 난 왼쪽 이어폰도 들어갈 곳을 찾지 못해 줄에 매달려 흔들거리고, 취기에 젖은 머리도 흔들거리고, 마음도 흔들거렸습니다. 
 
30분 정도 나른하게 앉아 있다 보니 도착역을 알리는 방송이 왼쪽 귀로 들려왔습니다.
풀죽은 모습으로 집으로 향했다가는 지금의 우울함을 아직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실 어머니에게까지 전달할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지하철을 내렸습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제 마음은 차분해졌고 카드를 찍는 순간에는 비로소 냉정함을 되찾았습니다. 억지로 쿨한 척했다고 말하는 게 더 올바른 표현인 것 같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자 도로 위 소음이 음악 소리를 덮었습니다. 드라마 속 OST가 발걸음에 맞춰 낮게 퍼지자 마치 제가 드라마 속 주인공 된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길을 걷는 이성적 인물로 감정이입 하면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민망하지만, 그 순간에는 잡생각이 사라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제일 마지막에 탑승한 저는 먼저 올라탄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카드를 찍었습니다.
 
"환승입/ 카드를 한 장만 대주십시오."
 
지갑 속에 카드가 여러 장 있어서 그런지 기계는 환승 멘트를 마치기도 전에 다시 대주기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종종 있었고, 환승된 걸 들었기 때문에 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도도하게 뒷좌석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 환승 처리된 음성을 못 들으신 기사님께서 꾸중하셨습니다.
 
"저기요 학생. 카드 안 찍혔다자나. 이어폰을 꼽고 다니니 들릴리가 있나."
 
......
 
이때 "아 네.." "(미소)" 둘 중 하나만 했었어도 후회스럽지 않았을겁니다.
과도한 감정이입은 차가운 표정을 풀지 못하게 했습니다. 다시 뒤 돌아 냉랭한 표정으로 카드를 다시 찍은 저는 예의없는 모습으로 다시 돌아서 뒷좌석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처리된 카드입니다."
 
정적이 흘렀고 버스는 조용히 다음 정류장을 향했습니다.
 
 
 
 
 
 
별 아닌 일로 생각할 수 있지만,집에 도착하고 지금까지 계속 죄송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어린 친구가 이어폰을 꼽고 스마트폰만 만지며
주변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워 투박하게 건낸 말이었을 수도 있고, 앞에 나온 환승멘트를 못 듣고 확인 차 말씀 하셨을 수도 있는데 제가
괜히 차갑게 행동해서 죄송합니다. 아버지 나이대이신 기사님께 무례하게 행동한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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