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침묵은 한달넘게 이어졌다. 다 한순간일 뿐 결국 힘없는 이들은 잊혀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던 것일까. 라디오 티브이 뉴스는 어느샌가 합심한듯 입을 닫았고,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와 같이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갔다. 바다속에 두고온 이들이 안 잊혀 남은 이들은 싸움을 이어가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점점 잊어가고 있다. 아이 잃은 부모의 슬픔도 결국은 남의 아픔이기에, 자기 삶이 바쁘다며 차츰 잊어가고 있는 것이다. 카멜레온처럼 쓱하고 차가워져버린 그들을 보며 나는 손가락질하려다가도, 타인과 다르지 않은 나를 파렴치하기 짝이없는 나를 하루아침에 잊어버리고선 컴퓨터앞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슬며시 손을 감추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