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MT로 갔던 민박집은 화장실이 마당 너머에 있었다.
다함께 쓰는 화장실이라 더럽기도하고
가는길이 무섭기도하여 지영이를 졸라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
오래된 건물에 딸린 냄새나는 변기에 나는 이내 자리를 잡고 쭈그려 앉았다.
조명까지 어두워 괜스레 더 무서워 나는 자꾸 친구를 불렀다.
'지영아 너 거기있어?'
'..우욱...'
'속이 안좋아? 너 술 많이 먹더라'
'...'
술김에 속이 안좋나 하고 걱정이 돼서 몇차례 더 지영이를 불렀는데 그때마다 지영이는 헛구역질을 했다.
'지영아 너 거기 있냐구'
'...우욱...'
예감이 안좋아 서둘러 일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왔는데,
지영이는 거기 없었다...
방으로 뛰어가 일행들 사이를 살피니 구석에 지영이가 보였다.
옆에 앉아 물으니 추워서 금새 들어왔다고한다.
그럼 그 헛구역질은 누구의 소리인가...
괜히 무서워져서
'기집애 그렇다고 혼자가면 어떡해!'
하고 핀잔을 줬지만 나는 금새 그 일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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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년 후,
전라도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그 때가 떠오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가 그 때 MT를 갔던 지역은 전라도였고
전라도 사투리로 '욱'은 '위에'라는 뜻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