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지 못했다.
마치 꾸물꾸물 기어가는 것처럼 하루가 느렸다.
평소와 같이 네 문자로 시작된 아침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다 다시 수면에 빠져들었다.
한참 후, 목 언저리가 뻐근하다고 느낄 무렵 다시 오후가 찾아들었다.
'몸 상태가 안 좋으니까 안 와도 돼' 라는 내용의 짤막한 문자였다.
느릿느릿 춤추는 오후가 시작될 징조였다.
과연 네가 없는 하루는 지나치게 느렸다.
잠깐 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내려앉는 주식마냥 기복이 심한 하루의 오후는 고즈넉한 노을이 저물 때까지 빨라지는 법이 없었다.
적막한 어둠이 짙게 깔렸을 때에야 나는 달릴 준비를 하는 하루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새삼 일찍 일어나야 할 필요를 느꼈다.
늦게 시작하는 아침의 오후는 늦을 게 뻔하며, 늦게 시작될 게 분명한 오후는 당연히 늦은 저녁을 데리고 온다.
늦게 올 게 확실한 저녁은 늦을 것 같은 밤을 선사하고, 늦을 것 같은 밤을 지나면 잠들지 못하는 새벽을 마주한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부실 때가 왔다.
"형아 밥 먹어라."
때마침 들려오는 동생의 목소리에 잠깐 상념을 끊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밥은 먹고 생각하기로 했다.
밥을 꾸역꾸역 밀어놓고 침대에 걸터앉자 다시 졸음이 몰려왔다.
오늘 하루는 왜 이리 졸리담.
시각은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늦은 밤이 흐물흐물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도 좋지만 우선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까맣게 잠든 후에 하얗게 불태우기로 하고 나는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