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 저녁,
아파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야옹거리는 고양이를 아파트 라인 밖으로 보내줬어요.
하얀 털에 까만 뚜껑, 까만 점박이, 까만꼬리에 샛노란 눈.
사람의 손을 탄 듯 아주 순한 고양이었습니다.
생면부지의 제가 손을 조심스레 뻗어 머리를 만져주는데도 고롱고롱 소리를 내고,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배도 드러내어 주더군요. 경계심 전혀 없이.
그걸 보고, 아, 이녀석 사람 손을 탄 고양이구나, 길고양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로 착하고 순한 녀석이었지만 집에서 개도 키우고 있고
결정적으로 지금 제게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는지라, 임시 보호고 뭐고 하거나 보낼 형편이 전혀 안되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잠시 쓰다듬어 주다가, 귀에 붙은 진드기만 떼어내 준 후 집으로 돌아왔었습니다.
그 이후로 3~4일가량 제가 사는 라인 부근에서 서성이길래 물에 헹궈 짠 참치캔도 한 통 준 적이 있는데
참치캔을 주며 근처에서 구경하시던 분과 이야기를 나누니,
저 고양이가, 주인이 임신을 해서 내버린 고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 밖에서 키우겠다고.
차도 씽씽 많이 다니는 아파트 단지에서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요.
결국에는 버렸다는 소리와 하등 다를게 없지요.
고양이를 버린 주인에게 너무나도 화가났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저로선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최대한 먹이라도 챙겨 주고 싶은 마음으로 계속 근처를 서성였는데... 며칠째 고양이가 보이지 않더군요.
고민하던 중 오늘 경비아저씨께 그 고양이를 보지 못하셨냐고 여쭈어 보니
***호 주민이 임신을 한 나머지, 밖에서 키우겠다며 밖에다 방치한 고양이가 맞다고 하네요...
하지만 주변이 지저분해지고 고양이 소리가 난다며 민원이 들어와서,
결국 구청에서 고양이를 데려갔다고 해요.
그 순했던 고양이가 너무 불쌍해서, 너무 가슴이 아파서. 계속 그 고양이가 눈에 밟혀서
유기동물 보호소를 찾아 보았떠니 그 고양이의 사진이 나왔어요......
차라리 사진이라도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막상 저 고양이가 이렇게 찍혀있는 사진을 보고는 너무 슬퍼 한참을 울었습니다.
지역은 부산입니다.
부산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 중, 유기 고양이를 입양키 위해 고민하고 계시는 분이 계신다면,
저 고양이의 입양을 한 번쯤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착하고 순한 고양이였던 저 아이의 운명이 끔찍한 주인때문에 이렇게 끝이 날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파서 이렇게 글을 써요... ㅠ_ㅠ
공고번호 | 부산-수영-2014-00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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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종 | [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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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상 | 검은색+흰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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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별 | 수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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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체중 | 2년 / 4 (K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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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장소 | 남천동 동원로얄듀크 관리사무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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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일시 | 2014-05-23 | 중성화 |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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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징 | 2-69, 허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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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번호 | | RFID_C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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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기관 | 부산광역시 수영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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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태 | 보호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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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 | 누리동물병원 | 보호소연락처 | 051-701-75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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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장소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로 1252 (송정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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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마음이 아픈 날이에요...
사람이 이렇게나 잔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왜 고양이를 분양하시는 분들께서 입양자분의 임신/출산/결혼 유무 등을 따지시는 지도 잘 알 수 있었네요...
보호소로 간다, 아니 이미 보호소에 있다는 뜻은 곧... 죽음을 의미하지요.
이 착하고 순한 녀석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