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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이라 써보는 절에서 있었던 실화
게시물ID : panic_885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차게되어
추천 : 18
조회수 : 275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6/14 18:12:41



저는 중학생 때 유독 가위를 많이 눌렸어요. 시험기간에는 잠을 오락가락하게 자니까 더 그랬던 거 같아요. 
보통 가위에 눌리면 흐릿한 형체만 보거나, 소리로 듣거나 무게로 느끼거나 하는 식으로 희미하게 겪었는데 그 중 몇번은 제 기억에 남을 정도로 유독 강렬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불교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동아리 CC커플이신데, 그 때문에 저희 가족은 일년 중 몇번 꼭 절에 들리곤 합니다. 
그 해 여름에는 부모님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스님 덕에 지리산 깊숙히 있는 작은 암자에 머물게 되었어요. 
휴가라곤 하지만 대체 전파도 안 터지는 곳에서 중학생이 뭘 할 수 있었겠습니까ㅠㅠ 가기 싫다고 싫다고 징징대다 결국 끌려왔죠. 

태어나 지리산 몇 번이나 가봤다고 거길 덜컥 가냐면서 계속 불평을 하는데, 절이 생각보다 정말 오지에 있더라구요. 
차가 비탈길 위로 올라가는데 경사도 점점 높아지고 길도 딱 차 한 대 지나갈 만큼으로 좁아졌습니다. 그 길을 20분을 달린 것 같아요. 
정말 핸들 한번만 삐끗하면 바로 차가 추락할 기세였어요. 

이렇게 위험한데 어떻게 차를 끌고가냐고 하면서 네비를 봤는데 네비게이션에 찍힌 절의 위치는 아직 한참이나 위로 더 가야하는 곳...
드문드문 보이던 민가도 하나도 안 보이고 오로지 흙길 하나에 무성한 수풀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창 밖을 내다보면서 가고 있는데, 슬레이트 기와에 검은 넝쿨이 넘실거리는 집 한 채가 보였습니다. 
이런데도 사람이 사나 싶어서 자세히 보는데 그 집 마당에 기둥으로 세워놓은 간판이 붙어 있었어요. 
굵은 붓글씨로 쓴 간판을 보니 그 곳은 장군인지 동자인지를 모시는 무당집이었습니다. 
바로 히이익하면서 부모님한테 여기 무슨 무당집이 있냐고 진짜 재수 없으니까 그만 내려가자고 하고, 부모님은 쓸데없는 소리 한다면서 바로 절 차단했습니다. 아 그떄 집에 가자고 생떼를 부렸어야 했는데...



그렇게 거의 저녁이 다 되어서야 절에 도착했습니다. 
지리산 꼭대기에 있다더니 진짜 과언이 아니더군요. 
절이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어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고, 주지스님과 보살님 두 분이서 작은 절을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주지스님은 엄청나게 호랑이 같이 생긴 덩치가 큰 스님인데, 제 동생과 저를 딱 앉혀놓자마자 저한테 그러시더라구요. 

니는 내하고 참 상성이 안 맞게 생깄네.

이러고 껄껄 웃으시길래 저는 또 여린 감성에 상처를 받고 하루종일 꿍해있었죠. 
게다가 저희 숙소 방문을 여는 순간 저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벽지가 온통 빽빽한 한문으로 도배가 되어있었습니다. 도배할 벽지가 없어서 책을 뜯어서 했나 싶은..
진짜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데 주변에 책장에 온통 빽빽하게 꽂혀져있는 사전같은 책들에 진하게 풍겨오는 향냄새라니요..
그 손톱만한 한자가 빽빽한 방에서 가족이 한 방에서 하루를 자라니 저한테는 시련 아닌 고통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지나오면서 봤던 무당집은 어찌나 신경 쓰이던지ㅠㅠ 간이 워낙 작아서 그 날 내내 뒤척이며 잠을 제대로 못 이뤘네요.
다음 날 아침이 되고, 저는 아침마저 거른채 (어차피 풀밖에 없어서 패스) 집에 갈 준비에 혼자 분주했습니다. 부모님과 다른 지인분들은 스님과 차 한잔이나 하고 가겠다며 옆 채로 넘어갔고, 저는 그 방에서 동생 옆구리를 베고 누워 어제 미처 못 이룬 잠을 해결보려 했습니다.


그 때 가위에 눌렸어요. 손깍지를 끼고 배위에 올린 상태로요.
가위 눌려본 들은 아시겠지만, 갑자기 몸에 힘이 안 들어가면서 귀가 징~울리는 기분이 딱 들면서
나 가위 눌리겠다, 이런 게 느껴지잖아요?? 근데 그게 평소와는 좀 달랐습니다.

숨이 막혔어요. 옆구리를 내준 동생은 세상 모르게 잠들어있고, 저는 점점 숨이 막혀왔죠. 눈은 반쯤 떠져있는데 햇빛이 방 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그 몽롱함 속에서 갑자기 눈 위로 뭔가 슥 내려오더라구요.

처음엔 너무 천천히 내려와서 뭔지 몰랐어요. 내 눈꺼풀이 감기는가 싶었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건 머리카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누가 내 위에서 거꾸로 머리를 대고 내려오고 있다는 뜻이었죠.

수많은 가위를 눌려보았지만 이렇게 선명하게 눈에 보인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렇게 선명하게 위기의식을 느낀 것도 처음이었구요. 그 순간 머릿속으로


'아, X 됐다. 시발 제발 살려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살려주세요 제발'


이렇게 마구 욕을 섞어가면서 지껄였습니다. 대체 제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머리카락이 다시 올라가더군요. 그러면서 가위가 조금 풀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올라가고나서 저는 또 다시 생각했습니다.

'요즘 가위에 너무 많이 눌리네, 나중에 저 밑에 있는 무당집에 가보자고 할까보다'

그랬더니 갑자기 팍! 하고 머리카락이 내려오면서 다시 가위에 눌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귀신은 생각도 읽는 건가요.. 그런데 이 머리카락, 아까보다 내려오는 속도가 빠릅니다. 이러다간 정말 눈까지 마주칠 것 같아서 저는 다시 배위에 올린 손깍지에 힘을 주면서 기도했습니다.


'진짜 진짜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런 생각 안 할게요 다시는 안할게요 살려주세요 무당집 간다는 소리 안할게요....'


그러니까 또 머리카락이 올라가더라구요. 그 때 저는 직감했죠. 이미 잠은 다 깬 상태고, 이게 뭔가 심상치 않은 거라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죠.ㅎ 저는 다시 머릿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가위에서 깨고나면 엄마아빠한테 욕 먹는 한이 있어도 밑에 있는 무당집에 가보자고 해야지.'


그런데 그 순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귀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리면서,



순식간에 얼굴을 거꾸로 내린 귀신과 눈이 마주쳐버렸습니다.


진짜 살면서 그렇게 무서운 눈은 처음 봤습니다. 눈이 엄청나게 큰데, 눈알이 희번덕거린다고 해야하나. 새하얀 얼굴에 무표정인 억센 눈으로 절 쳐다보고 있었어요. 찢어질 것같은 비명소리가 너무 소름끼쳐서 귀를 막고 싶었는데, 잘 들어보니 소리는 귀에서 나는 게 아니라, 제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었습니다.

너무 무서우면 억 소리도 안난다는 거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온갖 신을 다 바치고 기도를 하고 나자 얼굴은 다시 올라갔는데, 머리카락이 워낙 길어서 올라가는 것도 엄청나게 오래 걸렸어요. 정말 미칠 것 같더군요. 저것이 대체 뭔지, 대체 어떻게 절에 저런 게 있을 수 있는 건지.

그러고도 가위가 안 풀려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움직이려고 하다가, 정말 한참 뒤에야 가위가 풀렸습니다.

가위가 풀리자마자 저는 바로 동생을 깨워 동생 손을 잡고 맨발로 뛰어서 부모님과 스님이 계시는 곳으로 갔고, 제가 가위에 눌렸다고 얼른 내려가자고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저희 가족은 예정보다 조금 더 일찍 떠나게 되었습니다. 
계속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제가 이상해 보였을 법도 한데 절에 있는 그 아무도 제가 이상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는 그 절에 가서 자지 않겠다며 울고 불고 난리를 피웠고, 절은 곧 그 해에 문을 닫았습니다. 스님은 상주에 있는 큰 절로 가시게 되어 예전보다는 넉넉하게 지내시고 있구요. 저는 그 후로도 많은 가위에 눌렸지만, 아직 그렇게 강렬한 경험은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출처 실화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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