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시간이 흘렀다.
우리 관계 회복되고 꽤 시간이 흘렀다.
너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르바이트를 찾느라 고군분투하고, 나는 늑장을 부리면서 네 집으로 찾아가는게 하루 일과가 됐다.
진전은 없었다.
네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로 한 후부터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고, 몇 군데 직접 방문도 해 봤지만 통 연락이 없었다.
나는 네 눈빛에 체념하는 것 같은 기색이 얼핏 지나가는 걸 놓치지 않았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특별한 일도 없고, 특별할 일을 계획하지도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구름마냥 떠다니는 하루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평범한 이 하루를 만끽하기로 했다.
"배웅해 줄 거지?"
툭 던지듯 말을 꺼낸다. 네 시선이 이곳을 향한다. 눈이 깜빡인다.
두어 번 깜빡이다 작은 입이 열린다.
나는 네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알고 있다.
하루 행사 같은 것으로, 매일 주고받는 대화이기 때문에.
"아니."
하지만 네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뜻밖의, 예상외의 것이었다.
나는 놀란 시늉을 해 보인다.
네가 웃는다. 농담이야, 하고 네가 입을 맞춰온다. 웃음이 흐른다.
너 역시 기쁜 웃음을 띠고 있다. 즐겁다. 즐거운 하루가 흐른다. 네게 말을 건넸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