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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훈련 다녀왔습니다.
게시물ID : military_493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뽕
추천 : 5
조회수 : 129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7 18:30:52
오유 첫글을 땀내나는 군대글로 쓰게 됐네요!ㅎㅎ  
 
저번 주에 몸이 별로 안좋아서 누웠다가 잠이 막 들려는 차에
 
문자가 와서 봤더니 화랑훈련 참가해달라더군요.  막 졸업한
 
취준생이라 문자 하나에 괜시리 긴장하게 되는데 이걸 보니
 
심한 분노에 휩싸였다가 그래도 널널한 동네 예비군가서 생각
 
전환 좀 하면 좋겠다 싶어서 지원한다고 문자 해줬습니다.
 
화랑훈련이 뭔지 몰라서 찾아봤는데 민 관 군 합동 작전 훈련
 
이라고 하더군요. 현역들 입장에서는 정말 고되겠다만 5년차를
 
넘긴 예비군들은 뭐.. 꿔다놓은 보릿자루니.. 
 
어쨌든 당일날 널널하게 동사무소가니 많이들 와 계시더군요. 
 
제가 15분 전에 도착했는대도 거의 마지막에 온 걸 보면
 
말은 예비군 싫다싫다해도 몸은 참 솔직한 대한의 아들들 다웠습니다.
 
동대장 아저씨가 오셔서 간단히 훈련개요를 말해주셨는데 
 
훈련 장소는 동네 롯X마트. 훈련의 목적은 적의 화학공격에 대비해
 
인구 밀집 장소를 사수하는 것이었습니다.
 
맨날 빈둥거리다가 어머니께 혼나고 우유사러 심부름가는 마트가
 
전략적 요충지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습니다. ㅎㄷㄷ.. 
 
장구류는 박스에 담긴걸 뒤져서 최대한 깨끗한 걸 골랐습니다. 
 
요즘 동네 예비군은 신형 방탄헬멧도 있길래 너무 반가워서
 
A급을 쏙 빼왔습니다. 저도 입으로는 싫다싫다 무겁다 짜증난다
 
하면서도 군사용품 은근히 좋아하는 츤데레거든요.. 발그레.. 
 
예비군답게 동네 버스정류장 앞에서 농땡이를 치다가 마트로
 
이동했습니다. 마트 실내에 침투해서 시민을 보호하는 꽤 간지나는
 
훈련을 상상했는데 실제로는 마트 정문 앞 찻길을 하염없이 쳐다보기만
 
하면 되는 그런 훈련이었습니다.. 저는 자리를 잘못 잡아서 롯X시네마
 
와 마주보는 전봇대 옆에 섰었는데 영화보고 나오는 커플이 저를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고 막 웃고 ...  원래 예비군의 묘미는 한없이 해이한
 
군기에서 비롯되는 건데 시민이 지켜보는 훈련이 되다보니 각잡고 서있
 
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옆에서 경계서는 아저씨들 보니 다들 우물쭈물
 
부끄부끄하더군요. 굉장히 귀여웠습니다. 
 
한참을 서있다보니 어떤 여자분께서 저를 한참 보시다가 가까이 오셔서는
 
저기영.. 그 총 진짜에여??라고 눈 깜빡깜빡 하시면서 물어보시던데 
 
뭐랄까 그 또한 대단히 귀여우셨습니다. 그래서 위장크림 떡칠한 얼굴로
 
배시시 웃으면서 예.. 진짭니다.. 라고 대답하니까 헐.. 하시면서 갈 길 가시
 
더군요. 아무래도 생소한 훈련이고 마트 주위에 현역군인들이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임하다 보니 시민분들도 뭔가 다른 분위기에 호기심이 생기셨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또 한참을 서있다보니 인자한 인상의 아주머니께서 종이컵과 큰 물통을 들고
 
오시더니 군인들이 참 수고가 많다고 하시면서 냉차를 한 잔씩 주셨습니다. 
 
위장크림바르고 방탄헬멧 눌러써서 그런지 제가 봐도 자신이 현역같더군요. 사실 그냥
 
훈련있다길래 참석한 5년차 예비군일 뿐인데.. 아주머니께 정말 고마웠습니다. 
 
계속 서있다보니 시선이 지나가는 차를 쳐다보게 되더군요. 우리동네 운전하는 아가씨들은
 
정말 미인들이 많다는걸 처음 느꼈습니다. 그러다 창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하고..
 
3시간 쯤 서있으니 허리도 아프고 똥배 나온 비루한 몸으로 억지로 입은 바지는 숨쉬기 힘들게도
 
하고 현역때 8시간 이상을 써도 멀쩡하던 신형방탄도 이제는 30분만 써도 머리가 띵하고 목이 아프더
 
군요. 못견딜 때 쯤 되니 훈련 종료한다고 해서 신나게 동사무소가서 6천원 받고 퇴소했습니다. 
 
원래 향방작계가 정말 지루함의 연속이었는데 화랑훈련은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다 보니 재미도 있었고
 
느끼는게 많았습니다. 현역들도 여전히 고생많다는 것도 느꼈고..  
 
재미없는 글 계속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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