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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
게시물ID : sisa_886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간서치
추천 : 7/5
조회수 : 1230회
댓글수 : 38개
등록시간 : 2010/07/25 20:22:47
 제가 군에 있을 때인 2008년, 강의석이 국군의 날 퍼포먼스를 행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전 중대가 그를 비웃었지만 전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탱크의 행진 앞에 홀로 벌거벗고 나타나 엄숙하게 진행되던 탱크의 행진을 한낱 웃음거리로 만든 그는 군대가 결코 자랑스러운 것도, 신성한 것도 아님을 제게 가르쳐 줬습니다.  
 
 요즘 어떤 강사의 말로 시끄럽지만.. 분명한 건 군대는 살인기술을 배우는 집단이라는 점입니다. 총알을 낭비하지 않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인간을 죽일 수 있을지를 훈련하는 곳이 군대입니다. 이와 같은 군대의 본질상 군대는 당연히 없어져야 합니다. 그 존재의 목적 자체가 반인간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매매업소를 있어서는 안 될 곳이라고 비난합니다. 인간의 성을 쾌락의 댓가로 사고 파는 반인간적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군대도 그와 하등 다를 바가 없습니다. 또한 둘 다 쉽게 없어지지 않을 곳이란 점도 비슷합니다.
  
 다른 나라보다 특히 더 우리나라에서 이 군대문제가 복잡한 것은 예비역들의 피해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자신이 길을 가다가 이유없이 누군가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고 합시다. 그렇게 맞고 나면 맞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너도 맞아야 된다고 하겠습니까? 조심하라고 하겠습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맞지 않게 조심하라고 당부할 것입니다. 그런데 군대 문제는 이와 달리 죄도 없이 호되게 당한 사람들이 당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너도 당해야 된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형국입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 국가폭력의 가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까지 겹쳐 일어나는 것이 한국의 군대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책은 여성들을 교육시키거나 군에 보내는 일이 아닙니다. 예비역과 현역이 연대해 장병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게 정공법입니다. 위의 예처럼 설명하자면, 맞았던 사람들이 앞으로 맞게 될 사람들이 좀 덜 아프게, 고통 없이 맞게 해주는 게 해결책이지 안 맞은 사람들 붙잡아서 같이 때리는 게 해결책이 아닙니다. 

 또한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국가안보라는 핑계로 징병제를 시행하지만 실제로는 20대 남성을 순치해 말 잘 듣는 인간, 국가의 부름에 응답하는 인간으로 길러냅니다. 거기서 안보교육을 어떻게 받았든 상관없습니다. 군기가 해이해졌다는 말에 자동적으로 반응해온 예비역 남성들은 국가안보가 해이해졌다, 주적 개념이 잘못됐다는 말에 무조건적으로 반응합니다. 

 사실 2년은 국가안보를 위해 뭘 제대로 배우기도 짧은 시간입니다. 거기다 요즘은 그것마저 줄어 1년 10개월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 정도 기간으로는 뭘 제대로 가르치기도 애매합니다. 총 한 자루 들고 돌격 앞으로 하는 것도 아닌 21세기에 그렇게 전문기술 없는 군인 여러명 모아놓고 어디에 쓰겠습니까.. 게다가 상당수의 군인들은 국방과는 별 상관없는 일을 합니다. 저 역시 군생활 하면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는 전혀 상관없는 복사와 파지 업무에 하루를 바치는 군인들을 여럿 봤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대한민국이 군대에서 군인들에게 요구하는 건 국방이 아니라 훈육된 신체입니다. 매일 퇴근하는 공익들조차 위수지역이 있어서 일정 지역을 못 벗어납니다. 또한 일반 군인들은 핸드폰을 쓰지 못합니다. 군에선 기밀 누출방지란 핑계를 대지만 대부분의 사병들은 장교에 비하면 군 기밀에 대해 별로 알지도 못 합니다. 사병 핸드폰을 금지하는 것보다 장교들을 통제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입니다.
 
 이런 1년여간의 훈련을 통해 국가는 항상 나를 통제하고 있으며 늘 국가의 명을 충실히 받들어야 한다는 걸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이렇게 훈련된 예비역들은 병영국가 대한민국의 충실한 일원으로 거듭납니다. 아직사회 곳곳에 수직적 문화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군필자들은 이미 그 성능을 보장받은 신체들입니다. 반면 훈육받은 신체를 지니지 못한 여성과 장애인은 웬만큼 노력하지 않는이상 각 직종에서 임원급, 간부급 자리에 올라갈 수 없습니다. 얼마 전 군 성적표를 취업에 반영하겠단 기사가 뜬 바 있습니다. 이는 군대의 진짜 목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훈육된 신체를 보다 더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겁니다.  제가 2년째 받고 있는 예비군 훈련도 이와 같은 목적을 갖습니다. 현역복무를 마친 후에도 국가는 개개인의 신체를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국방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하루를 허비시킵니다. 

 두서없이 끄적여본 제 말의 요점은 군대의 필요성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오해되고 있으며 많은 예비역 남성들이 군대를 통해 주입받은 국가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처럼 여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군대에 대해 갖다오지 않은 여성들의 일부 발언들과 싸우기보다 우리는 우리를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국가와 싸워야 합니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군대는 우리 사회가 군대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거기에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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