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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깨우기 vs 남편 재우기
게시물ID : humorstory_1003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가좋아요
추천 : 11
조회수 : 87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5/07/08 22:32:29
[아들 깨우기]

엄마들 하는 일 중에 ‘재우고’, ‘깨우고’ 하는 일이 있다. 

 

아~따. 울 아들눔은 한 번 잤다 하면 거의 시체다. 

그래도 어릴 때는 그걸 일으켜 세워놓고 흔들고, 

덥석 안고 의자에 앉혀놓고 하다보면 깨기도 했는데, 

 

이 눔이 어느날 갑자기 덩치가 산만해지더니, 

다리 한 짝이 꼭 무신 아름드리 통나무짝 같아서리 

아들눔 몸뚱아리를 움켜잡고 용을 써도 잘 흔들리지도 않는다. 


 

중학교 올라와서는 곧잘 새벽에 깨워달라며 잠을 자는 통에 

한 방에 깨울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할 시급성이 요구되는 바... 




이 눔이 한 번 자면 어느 정도냐면... 

가족끼리 여행을 가서 자고 있는데 새벽에 갑자기 싸이렌이 울리며 

“불이 났습니다. 불이 났습니다. 신속히 대피해 주십시오.”라는 

경보멘트가 쩌렁쩌렁 울렸다. 




동물적 모성애는 나로 하여금 거의 동시에 한 달음에 일어나 

현관문 밖으로 뛰쳐나가 보게 했는데,   

순간 옆집에서 “네가 눌렀지? 에잇, 이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어린 애가 장난을 치다 화재경보 버튼을 누른 모양이다. 




순간 안심을 했지만, 

이참에 가족들을 깨울 겸, 화재 대피 훈련이나 한 번 해볼 겸... 

나의 잠재된 끼일지도 모르는 표정연기, 내면 연기, 눈물연기를 보이며  

“불났어, 불났어. 어서 일어나, 어서! 난 몰라...어떻케!”하고 소리쳤다. 




남편과 딸애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후다닥 일어나 

황급히 대피태세로 돌입했다. 

그런데... 

이눔....  

아들눔은 꿈쩍도 않는 거다. 




사태를 파악한 후, 이미 잠이 다 달아난 남편과 딸애는 

그 와중에서도 고요하고 안락한 숙면을 즐기고 있는 아들놈이 얄미웠다.    


우리 셋은 아들눔한테 들러붙어서

각자 타고난 기량을 개발해내 가며 다급한 목소리로, 

“야! 불났어. 불!!! 어서 대피해!!” 했다. 

이불을 더 끌어당기는 아들눔.... 

 

나중에 우리 셋은 모두 지쳐서 거의 사정을 해댔다. 
“야~~, 불났단 말이야~~. 너 안 일어날꺼야? 으으응~~? 어우 야~~!!!” 







이 정도다. 

그러고서 나중에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 일어나서 한다는 소리가, 

“엄마. 불 어떻게 됐어요?”이다. 

"내가 국 끼리 묵었다. 와?" 







천하에 ‘문근영’도 소용없다. 

아들눔은 그 깜직하고 청초한 문근영이를 오지게 좋아해 

전교에서 ‘울 아들’ 하면 ‘문근영이고 ‘문근영’ 하면 ‘울 아들’이다보니, 

담임선생님도 지하철에서 내릴 때, 문근영 사진이 난 스포츠 신문을 주워다  

종례 시간에 울 아들에게 하사할 정도이다. 




그런 문근영! 그 좋아하는 문근영를 팔아, 

“야~ 텔레비전에 문근영 나왔다. 야! 나왔어! 나왔어! 문근영! 

야~~.. 저거 봐라! 어머,어머... 야! 문근영!!!“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울 아들을 깨울 방법은 없단 말인가? 




음하하하... 

내가 누구냐? 

엄마는 알고 있다. 

울 아들이 뭐에 제일 약한 지. 




정답은 
“밥 먹어라!”이다. 




큰 소리도 필요 없다. 

자는 애 귀에 대고, 낮고도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면 되는 것이다. 




"밥... 먹어야지?. 응? 밥!" 




하고 가볍게 속삭여 주면, 

꼭 실행버튼이 눌려짐과 동시에 작동되는 로봇처럼 눈도 감은 채로 일어나 

역시 눈을 감은 채로 식탁까지 정확할 발걸음을 떼어 놓은 다음 

의자에 역시 눈을 감은 채로 앉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숟가락을 들어 밥을 우거지게 푼 다음 입으로 실어 나른다. 

가끔 잠시 눈꺼풀을 열어 국의 위치를 확인 한 후, 

다시 눈을 감고 숟가락을 정확히 국의 위치에 조준하여 적당량 실어 나른다. 

오호~! 신기(神技)에 가까운지고.... 




그 대신 공수표는 안 된다. 

꼭 밥을 차려 놓고, 속삭여야 한다. 

안 차려 놓고 부르면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또 잔다. 

그리고 절대로 안 깬다. 

 

 




                        
[남편 재우기] 

이건 간단하다. 

침대에 누워서도 잠 못 들어 하는 것 같으면 

뒤에서 슬쩍 안으며 귀 가까이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인다. 

“여보여보(꼭 두 번 중첩시킬 것!)... 오늘, 당신 차례야.” 

그러면 바로 코곤다. 




아침에도 조금 일찍 깨는 듯이 보이면 같은 방법으로 속삭인다.

"여보여보... 당신 차례거든?"

그러면 다시 코골고 잔다. 




한 가지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여기서 <당신 차례>란? 





.

.

.

.

.

.





영어로 Your turn! 이닷. 



-다음 플라넷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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