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검의 저주를 받지 않은 여전사, 헤르보르
오딘의 자손인 스바프라메 왕은 우연히
신창 궁그닐을 만든 2명의 드워프, 디아린과 디렌을 사로잡았습니다.
왕은 그들의 목숨을 살려주는 댓가로 검 하나를 만들라고 협박하였습니다.
"검을 만들되, 베지 못하는 것은 없게, 녹슬지 않게, 그리고
소유자가 누구든 그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검을 만들어라"
드워프들은 어쩔 수 없이 조건대로 검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검의 이름은 '티르빙 tyrfingr'
티르빙은 스바프라메 왕이 내건 조건에 딱 맞는 명검이었으나
드워프들은 자신들을 협박한 것에 앙심을 품고 검에 저주를 불어넣습니다.
'베지 못하는 것이 없고 녹슬지 않으나
사람을 베지 않으면 검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소유자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나
그 후에는 반드시 소유자를 파멸시킬 것'
검을 얻은 스바프라메 왕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하며 권세를 누렸으나
어느 날, 알른그림이라는 자와 1:1 대결에서 티르빙을 빼앗기고 죽게 됩니다.
알른그림은 스바프라메를 대신하여 왕이 되지요.
티르빙은 알른그림 가문의 것이 되어 알른그림의 장남인 앙간추르에게 전해졌으나
앙간추르가 전투에서 죽자 그와 함께 무덤에 묻혔습니다.
알른그림의 장남 앙간추르에게는 헤르보르(헬보르)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뛰어난 전사로써, 남장을 하고 해적이 되어 각지를 휩쓸고 다녔습니다.
그녀는 아버지인 앙간추르의 무덤에 묻힌 티르빙의 이야기를 듣고
무덤 문을 열어젖히며 말합니다.
"티르빙을 가져갈게요. 어차피 저승에선 쓸 일도 없잖아요?"
헤르보르는 티르빙을 들고 또 온갖 해적질을 하며 지냈는데
그녀는 특이하게도 티르빙의 저주를 받지 않았습니다.
(밀아에서는 '마검을 완벽히 제어' 했다고 되어 있지요)
후에 헤르보르는 결혼하여 아들을 둘 낳았습니다.
온화하고 인망이 있는 장남에 비해
차남 헤이드레크는 망나니 짓을 일삼다가 집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그래도 자식이라고, 헤르보르는 집을 나가는 차남에게 티르빙을 넘겨주었죠.
그러나, 헤이드레크는 티르빙의 모습을 보려 검을 빼들었고
'사람을 베지 않으면 검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티르빙의 저주에 홀려
그가 걱정되어 따라온 형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이후로, 헤이드레크가 가는 곳마다 학살이 있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적을 죽였고, 적이 없으면 아군을 죽였습니다.
결국, 최고신 오딘은 그 꼴을 두고볼 수 없어
티르빙을 빼앗으려 인간의 모습을 하고 내려옵니다.
오딘은 헤이드레크를 만나, 지혜 대결로 검의 소유를 정하기로 하였으나
헤이드레크 대신 헤르보르가 오딘의 질문들마다 모두 답을 맞춰버립니다.
당황한 오딘은, 오직 신만이 알 수 있는 문제를 내게 되는데
헤르보르는 오딘의 질문을 듣자, 그가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티르빙을 뽑아 휘둘렀습니다.
오딘은 즉시 매로 변해 도망갔지만, 꼬리 끝이 잘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오딘은 정당한 대결을 포기하고, 마법으로 헤이드레크를 죽여버렸습니다.
티르빙은 훗날, 마이클 무어콕의 소설 <엘릭 사가> 시리즈에 등장하는
폭풍을 부르는 마검 스톰브링거(Stormbringer) 의 모델이 됩니다.
p.s.
참고로 이 스톰브링거는 온갖 게임이나 소설에서 뼈가 삭을 때까지 사골을 우려대서
무슨 양산형 파템이나 녹템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만...
D&D 룰에 따르면 명중에 +11 가산점 / 피해에 +4d10 가산점에 더해 1d100 건강 점수 흡수 입니다.
D&D 룰을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한 대 때릴 때마다, 피흡 1~100 의 효과. (평균적으로 인간은 10 남짓의 생명령을 가짐)
한마디로 미친 마검빨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