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게시물ID : lovestory_88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27 08:48:3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tyqaw0VJ8v0






1.jpg

함민복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을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한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 한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2.jpg

고영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

 

 

 

아무 거리낌 없이

강물에 내려앉은 눈발을 맹목적이라고 허공에 쓴다

 

아픈 기억들을 불어내어 물 위에 놓아주는 강가

무늬도 없는 저녁이 가슴을 친다

하류로 떠밀려 간 새들의 귀환을 기다리기엔

저 맹목적인 눈발들이 너무 가엷고

내겐 불러야 할 간절한 이름들이

너무 많다

 

강물에 내려앉은 눈이 다 녹기 전에

아픈 시선 위에 아픈 시선이 쌓이기 전에

바람이 다 불기 전에

상처가 상처를 낳기 전에

 

너라는 말

자기라는 말

누구누구의 엄마라는 말

당신이라는 말

미안하다는 말

 

모두 돌려보내자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자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저 눈이 녹아

누군가의 눈물이 되기 전에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자

 

후회라는 그 길고 슬픈 말을 배우기 전에







3.jpg

서경온주머니가 없는 옷

 

 

 

죽음이란 그래

주머니가 없는 옷

입고 가는 길이지

 

삶이란 결국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으면 불편해서

가방 메고우산 쓰고

가는 길이지

 

머리가 깨어지게 아픈데도 왜

얼굴이 분해되지

않는 것일까

 

슬픔으로 가득한 몸인데 어째서

지하철 계단을

잘 내려온 걸까

 

그러나 이쯤에서

저 타는 노을 빛 한강으로 힘껏

열쇠꾸러미를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서

걷고 또 걸어보는

이 밤의 산책이 괴롭지 않은 거다

 

길이

고마운 거다







4.jpg

이위발그림자놀이

 

 

 

당신은 그림자 하나 가지고

이 세상에 나와

내 가슴에 깊숙하게 드리워 놓고

 

내보다는 당신 그림자가 더 황홀하다고

거짓이 아님을 증명해 보려고 하지만

 

연꽃보다는 연꽃의 그림자가

대나무보다는 대 그림자가

더 아름답다는 것을

 

그림자는 숲 뒤편에 있고

향나무가 디디고 선 뜰 아래에 있고

 

강물에 있고 내 마음 속에 있고

그림자 속에 달이 있는데







5.jpg

양금희바람은 길을 묻지 않는다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바람의 나이

 

입이 없어도

할 말을 하고

눈이 없어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모난 것에도

긁히지 않고

부드러운 것에도

머물지 않는다

 

나는 언제쯤

길을 묻지 않고

지상의 구부러진 길을

달려갈 수 있을까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