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한 여성의 발언으로 남성들의 성전(姓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있을때마다 언제나 그랬듯이 메인은 '그러므로 개선 되어야 한다'라는 '요구'혹은 '성찰'이 아니라 아니라 '감히 저 계집이!' 혹은 '안그래도 억울한데!'로 시작되는 '배설'입니다. 군대 환경(병영 환경이든, 제대후 사회 환경이든)을 그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정부를 향해야 할 화살이 엉뚱하게도 여성들을 향해 꽂힙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수적 우세를 등에 엎은 비논리적이며 비이성적인 감정의 폭발이 주가 됩니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에 있었던 군 가산점 위헌 판결때라던지 부산대 '월장' 문제 때와 양상이 다르지 않습니다. 전자는 '병역'에 대한 재정의와 군필자의 보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 후자는 예비역이 가지는 군사문화의 잔재에 대한 성찰이 주가 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사회적 에너지가 모조리 여성 공격에 쓰였듯이, 이번에도 그들은 군대가 살인을 예비하는 집단이기에 가지는 고압적 구조, 그리고 그에 따라 생길 수 밖에 없는 가지는 문제들과 그에 대한 해결책 모색 따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그저 '군대 가야할, 간, 갔던' 남자 전체가 매우 신속한 '연대'를 이루고 화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온갖 저질스러운 작태를 보일 뿐입니다. 이제 저들만의 영웅놀이가 된 '신상털기'는 물론이거니와(그런 의미에서 신상 털기의 달인들인 검찰과 경찰은 그들의 슈퍼히어로), 차마 눈 뜨고 봐주기 힘든 욕설을 비롯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치 않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개인 미니홈페이지를 해킹까지 했더군요. 그게 '여의도 가스통'급의 행위라는 것을 모르나 봅니다. 게다가 해킹은 형사처벌의 대상이죠. 이쯤되면 광란의 장입니다.
그 어마어마하다던 발언 내용을 읽어보니 역시나 별 것도 아닌 것이었습니다. 수업 중간에 하는 잡담이 그러하듯 그냥 웃자고 한 농담 수준의 가벼운 말일 뿐입니다. 내용을 진지하게 살핀다 하더라도 그저 단순한 수준의 평화주의에, '군대는 살인 하는 집단'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말했을 뿐입니다.(다소 난감한 것이 비난하는 이들은 마치 군대가 살인을 준비 하는 곳임을 모르는 듯이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군대에서 동물 사냥하려고 수류탄 던지는 법을 배우지는 않을텐데 말입니다. 설마 외계인에게 겨누려고 총기 사용법을 배운다고 생각하는 분은 없겠지요.) 그런데 무엇이 문제가 되었을까요? 그 말을 한 사람이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오직 그것 뿐입니다. 만약 그 강사가 남성이었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겠지요. 농담은 자기 목적을 이루고 농담답게 묻혔을 겁니다. 혹은 군 문제에 대해 성찰하게끔 하는 '가르침'이 되었거나요.
아무쪼록 이 문제가 아무런 보상 없이 '개 같은 군대'에 끌려가는 (혹은 간, 갔던) 것에 대한 억울함으로 엉뚱한 대상에 분노를 쏟아 낼 것만이 아니라, 그 '개같은 군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서 사회로 하여금 군 환경 개선을 요구하게 되는 단초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