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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어째서발소리가늘었지?
게시물ID : panic_887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5
조회수 : 165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6/22 19:46:33
어째서발소리가늘었지?

반 친구인 후지하라는 이상한 애다.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1년 정도 지난 겨울의 일이다.
새벽 1시가 지나서, 나는 숙제할 걸 교실에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 날 제출하지 않으면 혼쭐내겠다고 했던 숙제라
나는 학교에 가지러 갈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아무리 내가 의젓한 사내라고 해도
한밤중에 학교에 가는 건 상당히 무서웠다.
하지만 다음 날 혼날 생각을 하니 그게 더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휴대폰을 쥐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후지하라이다.
"여보세요"
자다 깬 목소리로 후지하라가 전화를 받았다.

나도 후지하라에게 부탁하고 싶진 않았지만
내가 아는 친구 중에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는 후지하라 뿐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너 정말 바보 아니니? 나가 죽어"라고 폭언을 퍼부으면서도
후지하라는 10분 후 교문에 나와주기로 했다.

그리고 10분 후, 자전거를 미친 듯이 저어서 교문에 가보니
후드를 얼굴까지 뒤집어쓴 수상쩍은 놈이 있었다.
바로 후지하라다.
"더럽게 추워 죽겠는데"하고 투덜거리는 후지하라에게
호빵을 사주기로 약속하고 학교로 들어갔다.
하지만 밤의 학교는 정말 스산하기 짝이 없다.

희미한 빛이었는지 비상벨의 붉은 빛이었는지 모르겠다.
뭔가가 나올 것만 같았다. 게다가 내 옆에는 하필이면 후지하라.
숙제할 걸 두고 온 나를 저주했다.
바로 그때
"사쿠라, 멈춰 봐"
교실에 가는 계단을 오르다가 후지하라가 갑자기 말했다.
조금 쫄면서 "왜?"하고 물었더니 후지하라가 엄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더니
"발 소리가 늘었어"
하고 입을 빠끔빠끔거리며 말했다.

귀를 기울여보니 정말 또각 또각하고 발소리가 들렸다.
엄청 쫄았지만 나는 웃으며 말했다.
"후지하라 너는 뭐든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구나. 쫄보 같으니
 수위 아저씨나, 숙직하시는 선생님이겠지"

하지만 후지하라는
"천하태평인 네가 정말 부럽다. 수위 아저씨가 하이힐을 신을 리가 있냐?"
하고 말했다. 분명 발 소리는 하이힐 소리로 들렸다.
"마츠야 선생님이 숙직 서는 걸 거야. 여자 선생님도 야근하시겠지"
나는 공포를 씻어내리기 위해 반론했다. 하지만 후지하라가 빙긋 웃더니
"그럼 어디 대답해봐"

"왜 발 소리가 늘었지?"

그 말 한 마디에 깨닫고 말았다.
들려오는 발 소리가 또각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라
후다닥 달려오는 어린이 발소리나
터벅 터벅 천천히 걸어오는 발 소리, 질질 끄는 소리 등 여러 소리가 들렸다.
어느 틈에 늘어난 걸까, 처음부터 많은 사람이 있었던가 여부는 상관 없다.
어쨌든 발소리의 주인은 수위 아저씨나 숙직서는 선생님이 아닌 게 분명하다.

"후지하라"
"왜"
"뛰자!"
"그래"
나는 후지하라를 끌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도 우리가 뛰는 소리에 맞추듯 빨라졌다.
숨이 막힐 정도였지만 겨우겨우 우리 교실을 찾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숨을만한 곳이라고는... 청소용구함 로커 뿐이었다.

나는 후지하라를 로커에 쑤셔 넣고, 나도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후지하라는 좁네 어쩌네 하고 투덜거렸지만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이제 발소리는 안 들렸지만 내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사쿠라, 이거 알아?"
후지하라가 말했다.
"심장 뛰는 소리는 저런 걸 부르는 힘이 있어"
빙긋하고 늘어진 앞머리에 숨겨진 눈이 웃었다. 그 순간

쾅쾅!!! 쾅쾅쾅쾅쾅쾅!!! 쾅쾅쾅쾅쾅쾅!!! 쾅쾅쾅쾅쾅쾅쾅!!!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우리가 숨어 있던 로커를 누군가가 두드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내가 귀를 막고 소리치고, 후지하라에게 들러붙었다.
후지하라는 "내가 말했잖아"라고 귀찮다는 듯 내뱉더니
짜증나 라며 나를 밀더니

"시끄러워!!"

하고 큰 소리를 쳤다.
그리고 청소용구함 문을 발로 차더니 "나 갈래"라고 하고 걸어갔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서둘러 후지하라 뒤를 따라갔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무섭다고 생각하다면 다가온다고 하잖아.
 그건 무서워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져서, 그 소리를 듣고 다가오는 거야"
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후지하라가 학교를 나갔다.
나는 더 이상 말할 기력도 없었다.

후지하라와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고, 잊지 않고 호빵도 뜯어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이불을 덮는 순간
숙제를 다시 학교에 두고 온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12194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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