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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수기 - 시작
게시물ID : readers_163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지몬
추천 : 0
조회수 : 1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29 20:42:24

  죽음은 첫 키스의 기억과 흡사했다. -죽는 것도 처음이긴 했다.- 요동치는 심장, 조여 오는 숨통, 괜한 잡념들. 나를 스쳐간 사람들이 지을 표정이 떠오르기도 했다. 비로소 다다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후회도, 미련도 끝에 가서는 전부 바닥났다.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어느 때인지 예상하지 못했겠지. 그것은 첫사랑의 입술을 엄지로 훑는 것보다 간단하기도 했다.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입술을 훑은 방향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생전 마지막 고민이었다. 희한하게도 사소하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내 장례식에 조문 온 친구들에게 직접 고개를 숙였다. 부모는커녕 친척 한 명 모르고 살아왔던 아슬아슬했던 생은 이 아이들 덕에 채워갔다. 같은 고아원을 다녔던 아이들, 블로그 활동을 하며 같이 글을 쓰며 놀았던 친구들, 사랑했던 여자들. 이들이 울며불며 내 이름을 부를 때, 나는 한 마디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고마워. 고마워. 속으로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직접 들려줄 수가 없었다. 말은 이 사이로 새어 나가서는 눈앞에 뭉개져 버렸다. 볼 수는 없었지만 알 수는 있었다. 그 외에도 나는 몸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눈은 보고 있지만 감고 있는 것처럼 편안했고, 코는 필요성을 잃어서 종종 그 존재에 대해 잊어버리곤 했다. 이런 것들에 대해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무엇보다 내 필력은 그 복잡 미묘한 느낌을 묘사하기에 한참 멀었다. 묘사가 부족하다고 충고해줬던 문창과 형의 말이 떠올랐다.

 조문객들 중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 인맥의 절반은 인터넷에서 만든 친구들이었다. 그 중에도 개인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거나, 직접 만났던 친구들은 얼굴이 익었다. 그 중 한 명이 장례식장 구석에 앉아 있었다. 인터넷 상에서 포시라는 닉네임을 쓰던 남자였다. 그는 연신 소주를 들이켰다. 짙고, 두꺼운 눈썹이 보였다. 소주잔을 드는 팔뚝에는 거머리가 들러붙은 듯, 잔 근육이 군데군데 솟아 있었다. 이런 남성적인 면은 그가 가진 매력을 돋보이게 해줄 뿐이었다. 그의 짙은 속눈썹이나, 손금이 흐릿할 정도로 매끈한 손바닥이 주는 괴리감이 진정한 그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이런 면면이 나에게는 혼란을 가져다주기까지 했다. 나는 그의 삶을 쫓아보기로 했다.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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