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이 엄청 바쁘다고 했습니다. 저도 바빠서 자주 못 만나긴 했어요. 그러다 어제 근 2주만에 만났어요. 차에서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확인해야겠다고 별 생각 없이 남자친구 폰의 전원버튼을 눌렀어요. 그런데 그 새벽에 부재중 전화가 두통 와있네요. 울애기야에게서요. 본인 말로는 친구가 바꿔놨는데 귀찮아서 정상대로 돌려놓지 않았대요. 사근사근하게 애교있게 애칭 부르는 사람도 아니고, 자기 시간 끔찍하게 아끼는 사람이니 피운 게 아니라 진짜 친구의 장난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 여자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고, 내가 시간 아껴가며 만나는 여자인가? 웃으면서 누구냐고 캐물었는데 귀찮다고 내일 말하겠다고 짜증을 냈어요. 그런데 웃기는 게 뭔지 아세요? 바람이 의심되는데 화가 나지 않았어요. 그냥 이 상황이 웃기고 뭐가 뭔지 궁금하기만 했어요. 최근 들어서 제가 가진 열정이 많이 사라졌다고 느끼긴 했는데, 그게 편해져서인 줄 알았더니, 그냥 진짜로 식은 거였나 봐요. 오늘 전화한댔으니 말하는 거 잘 듣고 이별을 고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