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딱 20년전이군요..
제가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함께 서포리 해수욕장으로 놀러가기 위해 새벽부터 준비를 하고 1호선 첫차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무더운 여름 더블테크(시디) 어깨에 매고 당시 유행이던 체크바지에 삼선쓰레빠 에 나시입고 친구들과 텐트부터 먹을것 까지 나눠 메고
즐거움에 들떠 있었죠.
듀스에 여름안에서 doc의 여름이야기를 들으며 배를 타러 갔지만 높은 파도에 배가 결항이 되어 연안부두 앞에서 오래 대기하다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어떤분이 섬에는 못들어가니까 가까운 송도유원지로 놀러가는게 좋지 않겠냐하시면서 친절하게 차도 잡아주시고(?)봉고 한대가 와서 내려주고 2만원받으시고 손흔들고 가시더군요.(지금 생각해보니 완전 바가지)
지금은 폐장되었지만 그때 당시는 사람도 엄청 많고 물이 바닷물이니 바다 온느낌도 나고 너무너무 좋았더랬죠.
텐트 칠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던터라 안쪽으로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다보니 수문 옆자리 부근에 자리가 남아있었습니다.
그앞에는 공중 화장실 이 있었는데 냄새도 안나고 오히려 가까우니 명당이었죠.
가자마자 짐을 풀고 텐트를 설치하려고 씨름하다가 아랫배가 살살 아파서 곧바로 휴대용닌텐도 겜보이를 들고 화장실로 갔습니다.
좌식양변기가 아닌 수세식 변기라 쭈그리고 앉아 게임을 하면서 힘을 주고 있는데 제 왼쪽 칸에서 물이 쏴아 하고 내려갑니다.
어라? 분명 들어왔을때 인기척은 없었는데 옆칸에 사람이 있었나? 근데 물이 내려가는데 문열리는 소리가 안나는게 훤한 대낮인데도
살짝 무섭더라구요. 이유없이 온몸에 닭살이..
지금 생각해보니 창피하지만 큰소리로 노래까지 불렀습니다. 그리고 나올때 옆칸을 슬쩍 봤는데 문이 살짝 열려 있더라구요.
열어봤는데 그냥 평범한 변기였습니다. 발로 눌러서 물내리는 평범한 변기였죠.
사람 발자국을 내가 못들었던가 고장이 났거나 둘중 하나겠지 하면서 친구들과 남은 정리를 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한쪽에서는 고기를 굽고 조그맣게 모닥불도 피워놓고 음악들으면서 친구들과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서로 무서운 얘기 하나씩 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제차례가 되었을때 마땅히 할말이 없었는데 아까 화장실에서 겪은 이야기를 해주니 애들이 뻥치지 말라면서 세상에 그런게 어딨냐고 비웃더군요.
자기도 아까 갔다 와봤는데 그런소리 안난다고 바로 앞에 있는데 거짓말이냐고 그러더군요.
그래 내가 확인시켜줄테니까 가보자 이랬더니 좋다 가보자 하면서 전부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친구 한명이 전부 가면 귀신도 놀라 달아나겠다고 증인은 있어야 하니 두명씩 가지고 하였습니다.
때마침 화장실에 여자화장실은 불이 켜져 있었는데 남자 화장실은 불이 꺼져서 완전 컴컴 했거든요.
그래서 각자 둘씩 화장실에서 5분간 대기 하고 나오는걸로 정하고 먼저 친구 둘이 들어갔습니다.
각각 칸에 한명씩 들어가서 대기하고 나오는걸로 하고 밖에서 다들릴정도로 빨간 휴지줄까 파란 휴지 줄까 하고 장난치다가 한 2분 됐나..
이 두녀석이 으아악 하고 미친듯이 뛰쳐 나오는겁니다.
으아 저기 무..물 내려갔어..ㅅㅂ 후아...그러자 다른 친구녀석이 물내려간게 뭐가 대수라고 그난리냐고 했더니..
그친구 둘은 총 4칸중 2번째 3번째 칸에 들어갔는데 자기 왼쪽편 4번째 칸에서 물이 쫙쫙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죠..장난으로 시작한일이 순식간에 담력 시험장으로 변했습니다.
다음 들어가야할놈들이 하기 싫다고 꽁지를 빼고 있고 분위기가 순간 촥 가라앉았죠.
결국 제일 자신있어하던 친구놈이 저한테 야 같이 들어가자 뭐이런걸 가지고 호들갑이냐?
하고선 우리는 한 10분 있다 올테니까 우리 설거지 무조건 면제다 알겠냐? 하고 제손을 잡고 앞장을 섰습니다.
우선 룰이니 제가 두번째 그친구가 세번째 칸에 들어가서 서있었습니다. 껌껌한 화장실이 조금씩 적응이 되가니 눈에도 형체가 살짝 보일때쯤
네번째 칸에서 또 물이 쏴아 하고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전 동시에 문을 열고 나왔는데 둘이 얼굴만 쳐다보다가 제가 먼저 입을 뗐습니다.
나=저거 고장나서 저러는거 아니야?
친구 = 그런거 같은데? 물부족 국가에서 저런 누수가 말이되냐?
우리둘은 시계를 쳐다보면서 남은 3분여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때 웬 아저씨 한분이 화장실로 쑤욱 들어오는데
그때가 제일 놀랐습니다.
우리 둘이 으악 하고 놀래서 소리치니까 아저씨도 덩달아 같이 소리치고 놀랐으니까요.ㅎㅎ
소변을 보시던 아저씨가 우리쪽을 슬쩍 쳐다보시더니 여기 놀기 좋죠?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구요.
네 좋네요..하고 대답하고 친구한테 우리 그만 나가자 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그아저씨가 잠시만요!!
하고 부르더군요..부탁이 있는데 같이 나가자고요..ㅋㅋ 다큰 아저씨도 무서워 하는구나 하고 속으로 웃었죠..
소변을 보고 아저씨가 자 이제 나갑시다 하면서 입구 앞까지 가다가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이런말을 하셨습니다.
저기 끝에칸 변기 물 혼자 내려가는거 들어보셨어요? 친구와 전 동시에 네..좀전에 이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저거 고장나지도 않았는데 물이 혼자 내려간답니다. 자기가 유원지 앞 외인 아파트 근처 사는데 여기 예전에는 퍼세식 화장실이었는데 어린아이가 화장실갔다가 빠져 죽었더랍니다. 결국 그게 문제가 되어 화장실을 다시 지었는데 그아이가 빠져 죽은 자리가 저기 4번째 칸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자기 여깄으니 살려달라고 신호 보내는거 같아서 소름끼친다고....
여기 계신 동안 좀 멀더라도 다른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여기 사람 들어가는거 보고 쫒아 들어왔답니다.
그말 듣고 나니 머리가 쭈뼛서는데 정말 빨리 나가고 싶더군요. 아저씨 나가고 나서 우리도 나가려는 그찰라에 그 칸에서 다시 물내려 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쏴아아아~~
그날 친구들이 그러더군요...칼루이스 벤존슨이 달리는것처럼 둘이 표범과 치타 같았답니다.
그렇게 첫날을 보낸후 우리는 그아저씨 처럼 100미터를 걸어서 화장실을 다녀야만 했습니다.
출처 | 1997년 여름 송도유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