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골목을 지나도 매일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2~
어느 날은 햇빛이 가득차 눈이 부시고 어느 날엔 비가 내려 흐려도 투명하거나 어느 날엔 바람에 눈이 내려 바람 속을 걷는 것인지 길을 걷는 것인지 모를것 같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3~
골목 어귀 한그루 나무조차 어느 날은 꽃을 피우고 어느 날은 잎을 틔우고
4~
무성한 나뭇잎에 바람을 달고 빗물을 담고 그렇게 계절을 지나고 빛이 바래고..
5~
낙엽이 되고 자꾸 비워 가는 빈 가지가 되고 늘 같은 모습의 나무도 아니었습니다.
6~
문밖의 세상도 그랬습니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도 늘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고 또 오늘 같은 내일은 아니었습니다.
7~
슬프고 힘든 날 뒤에는 비 온 뒤 개인 하늘처럼 웃을 날이 있었고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 뒤에도 조금씩 비켜갈수없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8~
느려지면 서둘러야하는 이유가 생기고 주저앉고 싶어지면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9~
매일 같은 날을 살아도 매일 같은 길을 지나도
10~
하루하루 삶의 이유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하루가 아니고
11~
계절마다 햇빛의 크기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길은 아니었습니다.
12~
돌아보니 나는 그리 위험한 지류를 밟고 살아오진 않은 모양입니다.
13~
남들보다 빠르게 꿈에 다다르는 길은 알지 못하고 살았지만 내 삶을 겉돌 만큼 먼 길을 돌아오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14~
아직도 가끔씩 다른 문밖의 세상들이 유혹을 합니다.
15~
조금 더 쉬운 길도 있다고 조금 더 즐기며 갈 수 있는 길도 있다고 조금 더 다른 세상도 있다고..
16~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우둔하고 어리석어서
17~
고집처럼 힘들고 험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18~
돌아보고 잘못된 길을 왔다고 후회한 적 없으니 그것으로도 족합니다.
이젠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들과 내가 가지 않은 길들에 대하여
19~
욕심처럼 꿈꾸지 않기로 합니다.
20~
이젠 더 가져야 할것보다 지키고 잃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21~
어느새 내 나이...
22~
한가지를 더 가지려다 보면 한가지를 손에서 놓아야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23~
내가 행복이라 여기는 세상의 모든 것들
24~
이젠 더 오래 더 많이 지키고 잃지 않는 일이 남았습니다.
25~
세상으로 발을 내디디는 하루하루
26~
아직도 어딘가 엉뚱한 길로 이끄는 지류가 위험처럼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27~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도 남아 있어서
28~
아직도 세상 속으로 문을 나서는 일이 위험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29~
하지만 나는 믿지요.
30~
길은 결국 선택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걸...
31~
행복은 결국 지키는 사람의 것이라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