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기로 한 약속
작년 여름, 무서운 체험을 한 게 있어서 씁니다.
저는 대학교 2학년인데, 여름방학이라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동네 친구 A 집에 놀러가기로 해서,
새벽 2시 넘어서 A 네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다.
우리 집과 A 네 집 사이에는 버려진 병원이 있는데,
A 네 집에 가려면 그 병원 옆을 지나가야만 했다.
자전거를 타고 그 병원 옆을 지나가려는데 앞에 누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시각에 누구지'싶어서 봤더니 A였다.
"앗, A야! 오랜만이야"하고 말을 걸었는데 스윽 지나가버렸다.
그대로 내 눈 앞을 지나서 병원 입구로 들어갔다.
나는 황급히 자전거에서 내려서 "야 어디 가!"하고 쫓아갔는데
입구에서 더 들어갈 용기가 안 나서 입구에 서 있기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리길래
덜덜 떨면서 누가 걸었나 봤더니 "A".
한기를 느끼며 움찔거리며 전화를 받았더니
"야. 너 어디야"
"너야말로 어딘데?"
"나? 집이지. 우리 집에서 놀기로 했잖아"
"뭐? 너 ○○병원 안에 들어간 거 아냐?"
"뭐? 내가 왜 거길 가"
"아니 그게..."
그때 깨달았다..
내 눈 앞에 있는 입구 너머에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다는 걸...
그리고,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천천히.. 열리며
"그럼 기다릴테니 빨리 와"
A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거기서 도망쳤다.
여담인데,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어서 자전거 타는 걸 깜빡했다.
A는 쫄보라고 놀렸다.
자전거 도난 신고를 해둬서,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경찰서에 가서 사정을 설명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자전거를 발견하긴 했지만, 병원의 병실 안에 있었는데
게다가 당시 병원 입구에는 "자물쇠가 단단히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병원 건물은 도서관으로 재활용하려고 검사를 하러 갔는데
거기서 내 자전거를 발견했다고 한다...
아마 나는 그 도서관에 갈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