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여러분. 저는 20대 중반의 여징어입니다.
아이는 대체 뭘까요? 휴.... 너무 심란합니다.
상황 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18세부터 지금까지 만나온 다정다감+사랑꾼 예랑이가 있습니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고, 1년 정도 거의 반동거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아마도 딩크를 선택하게 될 것 같아요 ....
문제는 저희가 원해서가 아니라는 거에요 ..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아이를 낳는 게 많이 부답스럽습니다...
마음이 너무 복잡해요
아기를 참 좋아했고, 남편, 저, 아기의 웃음소리가 있는,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갖는 것을 늘 꿈꿔왔거든요.
기독교인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딩크 얘기가 나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아닌가요ㅠ 제가 그냥 늦게 접한걸지도...어쨌든)
그래서 아기를 안 낳는 선택지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거의 안 해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갈팡질팡합니다.
일단 제 남편될 사람은 저를 존중하겠다고 했어요.
저와 당신의 아기가 궁금한 맘은 있지만 그리 크진 않고, 상황이 이런 데 낳자고 우기고 싶은 맘 전혀 없다고...
그리고 예랑이는 아이를 막 좋아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낳으면 낳는 쪽으로, 안 낳으면 안 낳는 쪽으로, 어느 쪽이든 사랑하면서 살 수 있다고 제 편이래요..
문제는 저에요
제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딩크를 결심한 게 아니라
지병과 건강 상태 때문에 아이를 낳고 또 기르는 것이 힘들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될 것 같은 ... 그런 ㅠㅠ 상황이라
쉽사리 선택을 내릴 수가 없어요 ㅠㅠㅠ 아이가 없는 걸 상상해본적이 없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지는 또 길어지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심장병과 면역계 난치병을 앓고 있어요. 뇌에 염증이 있으나 수술할 수 없는 부위라 추적관찰 중이고요 ..
퇴행성 디스크가 심해서 30분도 제대로 걷질 못해요...이 중 허리 아픈 것은 좀 심해서 약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안 됩니다..;
물론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하고 희생정신을 발휘한다면 못낳을 건 아니겠죠...
병원에서도 낳으려면 낳겠죠 하긴 해요. 근데 당연히 디스크는 더 심해질 생각하셔야 하고,
스테로이드제 같은 약은 먹을 수가 없으니 증상이 나타나면 대처가 어려워질 수 있어요. 하시더군요
그냥도 임신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몸에 무리가 오는데 ...
아이 낳고 평생 후유증이 남는 장애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 ... 잘 생각봐야하는 거죠...
저만큼은 아니지만 아이를 낳기 전부터 허리가 좀 안 좋았던 새언니는
젊은 나이에 낳았는데도 1년이 넘은 지금까지 종종 다리를 절면서 다니더라고요...
새언니 남편은 아이와 언니를 위해 집에서 주부 생활 중이에요.
아이와 함께 하고 싶어서 둘 다 무직상태로 1년 넘게 함께 키웠어요.
그러니 꾸준히 재활받을 수 있었고, 뭔가 들고 업고 하는 일 전부 남편이 해주고 있죠.
그래도 언니 건강이 쉽게 돌아오진 않더군요 . 그걸 보니 더욱 심란해져요
새언니한테 물으니 새언니는 몸이 부서져서 조각나도 또 낳을거래요
아이가 너무 예뻐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고 ㅠㅠ
그 얘길 저희 엄마가 들으시곤 저한테 거 보라며... 아이 안 낳고 어찌 사냐며....
저희 엄마도 기독교인이시고 평생을 아이를 위해 헌신하고 사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 없는 결혼생활에 대해 좀 부정적이세요..
외할머니와 가까이 사는데 외할머니도 그건 안 된다고 ...;; (두 분은 옛날 분이시니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고 봐요 .. 욕하진 말아주세요 ㅠ)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제가 제 몸 때문에 걱정되어서 아이를 못 낳겠다 결정하는 게
너무 이기적인것같고 태어났어야 할 아이를 져버리는 것 같고 나쁜 사람 된 것 같아 심란함이 더해져요
특히 새언니가 낳다 죽어도 또 낳을거다, 모유수유도 끝까지 할거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희생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이라서 제가 더 비교되고... 후.. 저도 쉽게 "아 아플것같아~~ 낳지 말까~~?" 이런 거 아닌데
제가 고민하고 그런 게 다 하잘 것 없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
그리고 예랑이가 시댁에서 유일한 아들인데
시어머님, 시아버님이 아쉬워하실 게 뻔하고 ...
괜히 제가 며느리로 가게 되는 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 착찹해요
저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제 남편 될 사람에게도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거든요 .. ㅠ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삶인데 . 저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주고 위해주는 남편께 늘 감사하며 살아요
근데 이런 마음 한 편에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는데 너무 외롭게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
모르겠어요 . 너무 심란해요
병원에서도 뭐 .. 아는 의사도 아닌데 진심으로 걱정하면서 상담해주고 그렇지 않으니까 답이 없네요 ㅠ
덧붙여
복잡한 사정으로 아이를 맡게 되어서 저희 집(엄마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3살쯤부터 키웠고 올해 7살이에요 .
키우다보니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체력이 필요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기가 빨리는 기분..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이 뒤집히고, 참고, 화내고, 미안해하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정말 육아는 전쟁이더군요 ..
옆에서 저희 엄마가 고생하시는 것도 보고, 저도 느끼면서
아, 진짜 아이 낳는 거 심각하게 고민해볼만한거다. 했어요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결혼
고민만 깊어갑니다 ..
하소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