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이 차에 올라탔다.
고양이와의 전쟁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처뿐인 영광이 내 손을 쭉 훑고 지나갔고, 거기엔 온갖 자취만이 쓸쓸히 남아 계속 맴돌았다.
나는 짙은 한숨을 내쉬고 차에 발을 올렸다.
안락한 승차감을 맛보며 등을 뉘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즈음에 눈을 떴다.
도착한 곳은 예상했던 목적지가 아니라 한파로 인해 야영을 금지한다는 싸늘한 문구의 안내판뿐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했지만 곧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삐져나오는 한숨을 잡고 눈을 감았다.
새 야영지는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었다.
화장실이 깨끗한가하면, 수돗가에서는 따뜻한 물이 나왔으며, 거리마저도 텐트에서 멀지 않았다.
물론 따뜻한 물이 더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잘 도착했나?'
텐트를 설치한 후 한 시간여가 지났을까, 익숙한 진동에 핸드폰을 꺼냈다.
액정위에 네 애칭과 함께 몇 마디의 문자가 표시됐다.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필시 다른 사람의 눈엔 내가 기쁜 표정으로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는 게 보이겠지?
지난날이 겹쳐졌다.
지난번 캠핑 때, 새로 데려온 고양이 이야길 하며 서성이던 때와 그 어느 날 텐트를 짓는 것조차 내버려두고 너와 통화하느라 혼났던 것도,
우리가 주고받던 말들과 네 목소리를 계속 듣기 위해 녹음했던 기억들이 차례차례 지나갔다.
문득 목소리가 듣고 싶어져 통화를 걸었다.
지금, 이 순간. 몇 차례의 통화음이 들린 후 네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