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2
게시물ID : panic_887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17
조회수 : 117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6/27 02:03:06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중편, 선택지형)그와 좀비와 당신. 2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 

"다음 보실 부분은 레이백 입니다. 이 자세는..."

신설건물 특유의 플라스틱과 페인트 냄새, 앞에 앉아 이쪽을 보는둥 마는둥 하는 아저씨의 땀냄새. 새하얀 페인트 칠을 베이스로 청록색 아이콘 "세양 피트니스".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은 초급 클라이밍 연구회 사람들이다. 웃기지 않나? "클라이밍"을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다니. 물론 기초적인 분야 정도는 실내수업을 해도 되겠지만, 문제는 이 사람들이 실외수업은 받지 않는다는 거다.

근처 대학의 보건체육 학과라나 뭐라나, 근육운동의 실례를 모아 새로 체조 같은걸 만든다고 한다. 5회분에 나누어 각종 동작과 실연을 "바닥에서" 해 보여주는, 삼십분 정도의 간단한 수업이다. 무려 회당 오만원이라는 업무량에 비해 꽤 괜찮은 수업이지만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물론 나도 한때 문학소녀를 꿈꿔본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스태밍과 카운터 밸런스에 대해 책상머리에서 배우는 멍청한 짓은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아 벽타러 가고싶다.'

오늘 강습분의 프린트물을 나눠주고나자 한시가 훌쩍 넘었다. 강의 시간은 앞으로 십분정도 남았지만 오늘분의 교육은 마쳤기에 리더격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묻자 오늘은 그만하자며 손사래를 쳤다. 아마 학과 교수쯤 되보이는 사람이었는데, 희미한 정액냄새 같은게 내내 맴도는 사람이었다. 코를 막고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고 사람들을 내보냈다.

클라이밍을 시작한 계기는 별게 아니었다. 남자친구와의 결별이 있었다. 사귀기 시작할때도 귀찮음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었다. 딱히 고백이랄 것도 없이 충동적인 잠자리 한번 이후 주말이면 만나는 사이가 되있었을 뿐. 남들은 다 챙긴다는 백일이고 일년이고 따위의 기념일은 서로가 챙겨본 적이 없다. 나는 여자치곤 굉장히 드라이한 편이고 그는 그냥 귀찮아했다. 그저 각자의 생일에나 조촐한 선물이 오고갔고, 커플링도 없는 그런 연애가 이어지다가 삼년째 되던 해 끝이났다.

피차 별 감흥은 없었다. 동네 한구석의 작은 카페에서 그는 집에서 선자리가 들어온다고 말하며 망고주스를 시켰고 나는 그 여자들 눈도 참 낮다며 아이스초코를 시켰다. 그리고 주문한 음료가 채 나오기도 전에 그래서 나와 헤어져야겠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가 그간 사귀긴 한건지도 의문이었는데 그의 선언으로 그점만은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집 앞의 피트니스 센터에 달아둔 클라이밍 교육 현수막을 보곤 곧장 신청해 벽을 타게 되었다.

처음 로프에 몸을 달고 벽을 타봤을때 나는 내가 그동안 아주 운동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꼬집어 보일만큼 인품을 배에 두르고 다니진 않았지만 천성적으로 입이 짧아 살이 찐적은 없었는데, 벽에 턱 하고 발을 대자마자 전신에 중력이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강사는 매달리고 있을 수 있는만큼 매달리라고 했는데, 나는 채 1분도 못버티고 바닥에 스르륵 내려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일도 그만두고 벽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머리위로 손을 들어올리면 귀에 어깨가 스칠 정도로 근육이 붙어선 민소매도 못입는 몸이 됬지만 나쁜점만 있는건 아니었다. 생리의 통증이 현저히 줄어든 점은 궂은 날도 힘든 날도 클라이밍을 가게 해주는 원동력도 됬다.

거의 내 상체만큼은 되는 커다란 해머백에 강의 전에 근력운동을 하느라 갈아입은 옷과 샤워타올, 샤워용품을 챙겼다. 옅푸른 색의 폴리에스텔 저지 지퍼를 올리고 중고로 산 소형차의 시동을 걸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현 상황은 훈련상황이나 모의연습 상황이 아닙니다. 집 밖으로 이동하시는 것을 삼가십시오. 현재 괴한 수십명이 서울시 xx동 xx로에 모여 이동하고 있으며 현재 경찰과 군인이 출동하여 제압중입니다.해당 지역 주민여러분들은..

시동과 함께 켜진 라디오에선 집 근처 시장골목의 이름이 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괴한이라니. 상황을 떠올리려고 노력해봤지만 가을용 외투를 입은 사십명의 바바리맨들이 일제히 코트 앞섬을 펼치는 장면이 떠올라 운전대에 머리를 박을뻔 했다.

괴ㅔ한이 있다니 집으로 바로가는게 조금 꺼려졌다. 어디 다른데라도 들려봐야 할까?

소지품 : 속옷/옷 한벌, 샤워타올 및 목욕용품, 자일리톨 리필형 반봉지, 포장을 뜯지 않은 초크 1킬로, 하네스와 로프 한세트.

1. 평소엔 도움되지 않더라도 저런 대규모 사태에까지 무능하진 않겠지. 천천히 집에 간다면 십분쯤 걸릴테고, 그정도 시간이면 맨손의 괴한들쯤은 제압되어 있을거다. 배가고프니 어서 가서 뭐라도 먹어야겠다.

2. 사십명의 바바리맨을 보게되는 사태는 피하고 싶다. 아무래도 집 밖에서 한끼 먹어야 할 것 같군. 시간이 나는 김에 근처 마트에 있는 대형 등산용품점에 들려야겠다. 요즘 쓰던 초크백이 헐어서 터지기 직전이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일단 조금이나마 빨리 써서 2편 올립니다.

선택지에 따라 각 인물의 행동지침이 바뀌게 되고, 세세한 성격도 변해갈 겁니다.

살인마 A는 교묘한 화술과 살인기술. 클라이머 J는 강한 육체능력과 직감을 이용합니다. 

많은 투표 부탁드립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