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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개의 메달
게시물ID : readers_163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롤로토마시
추천 : 0
조회수 : 2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9/30 22:35:16

 저번주 수요일이었나? 그날도 어김없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어. 공부를 하다보니 어느덧 폐관 시간인 10시가 다 되었지. 아니 사실 9시 45분이 되면 도서관에서 나가야해. 45분이 되면 3층 전체에 벨이 시끄럽게 울리는데, 청소를 해야하니까 빨리 나가라는 소리로 들려. 도서관 직원들도 10시에는 퇴근을 해야하거든.
 
 벨이 울리면 사람들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그 소리에 대처를 해. 첫 번째 유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짐을 싸고 재빠르게 문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야. 100 미터 달리기 선수가 출발 할 때의 모습과 곧 제대하는 군인이 위병소를 통과할 때의 모습이 동시에 보여. 공부는 하기 싫고, 앉아는 있어야겠는데, 마침 벨이 울린 거지. 두 번째 유형은 벨이 울리면 더 열심히 책을 보는 사람들이지. 오늘 해야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괜히 벨이 울리니까 초조해져서 한 글자라도 더 보겠다는 심정일 거야. 마지막 유형은 벨이 울린 것도 모른 채로 계속 자고 있는 사람들이야. 뭐, 더 설명이 필요할까?

 

난 첫 번째 유형이었어. 자랑스럽게도 1등이었지.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딴 것 마냥 괜히 기분이 좋아졌어. 그리고 그 기분을 못 이겨 노래를 흥얼대며 집에 걸어갔지. 내가 늘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그날은 왠지 모르게 다른 길로 가고 싶었어. 다른 길은 약간 돌아 가는 길이긴 하지만, 예전부터 내가 좋아했던 아파트를 지나는 길이라서 가끔씩 그쪽으로 가곤 했지. 우리 동네에 저렇게 좋은 아파트가 있다니, 참 놀랍기도 하고 괜히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랬지. 공사를 시작한 건 5년 전쯤이었는데, 그때부터 가끔씩 그 아파트를 훔쳐보곤 했어. '우리 가족이 여기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 '내가 결혼을 했는데 신혼집이 여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뭐 그런 생각들을 했던 거지.

 

그날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길을 걷고있었어. 그런데 그때 아파트의 옆문이라고 해야할까? 여튼 사람만 지날 수 있는 작은 문에서 어렴풋한 얼굴 하나가 나타났어. 나는 한 눈에 그 여자가 누군지 알 수가 있었지. 아마 그쪽도 날 알아봤을 거야. 그 사람이 나를 보고 나서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꿈틀대는 것이 보였거든. 그 꿈틀댐과 동시에 나는 시선을 돌렸고, 바로 바지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지. 그 다음에는 돌린 시선을 재빨리 휴대전화에 가져다 놓았어. 그리고나서는 휴대전화만 보면서 앞으로 허겁지겁 뛰어갔어. 조금 우스운 모양새였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어.
 
'왜 오늘 슬리퍼를 신었을까, 왜 청바지 대신 반바지를 입었을까, 머리에 뭐라도 좀 바를걸, 나이 서른에도 아직 책가방을 메고 있다니, 그래도 내가 자기를 봤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 했을 거야.' 집에 올 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 맞다, 그 여자 옆에 남자친구인지 남편인지 모를 웬 남자도 하나 서있었는데, 차마 그 사람 얼굴까지는 못 쳐다보겠더라고.
 
 "그래도 훌륭한 도망이었어." 

스스로 만족해하며 집에 왔는데 내 목에 메달이 2개가 걸려있더군. 자랑스러운 금메달 2개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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