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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주는 고양이가 있어요.
게시물ID : animal_888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랑둥이
추천 : 19
조회수 : 1297회
댓글수 : 46개
등록시간 : 2014/05/29 23:53:29

사진은 없구요.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쓰고 싶어서요.



지난 겨울에, 사우나 갔다가 집에 가는데 밤 열시 반쯤이었어요. 
고등어무늬 고양이 한마리가 주차된 차 아래서 야옹야옹 꼬리로 다리를 말고 그러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고양이한테 인사하듯이 아이구 추워? 배고파? 아이구~ 하면서
파리바게뜨 문 닫기 전에 사온 치킨샌드위치에서 (사우나 끝나고 집에 가서 먹으려구 샀던거)
치킨조각을 꺼내서 앞에 톡 내밀었더니 한참 꾸물거리다가 쪼르르 나와서 먹더라구요. 
배고팠어? 배고팠어? 그러니까 야옹 하길래, 사우나에 가져갔던 생수 서너모금 정도 남은게 있어서
샌드위치 케이스 뚜껑 플라스틱 거기에 부어주니까 또 한참 눈치보다가 할짝할짝 먹더라구요
넘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손으로 쓰다듬쓰다듬 했는데 얘가 도망도 안 가구 한참 그러더라구요.
추워? 추워? 그랬더니 또 야옹 해서 패딩에 넣어 둔 핫팩 꺼내서 너 이거 먹으면 안돼 발로 찢으면 안돼 하구 
원래 있던 자동차 아래 넣어주니까 한참 앞발로 툭툭 건드리더니, 그 위에 앉더라구요... ㅠㅠ 고양이 추운가보다ㅠㅠ 
이러고서 그냥 집에 왔었는데요

사나흘 지나고 퇴근길에 그 고양이를 또 봤어요. 그래서 우와 내가 밥 준 고양이야!! 싶어서
안녕? 하니까 야옹하더라구요. 너무 귀여워서 편의점에 뛰어가서 소세지 하나 사 와서 내밀었는데 
또 조금 눈치보더니 기웃기웃 걸어나와서 소세지를 받아 먹더라구요. 넘 귀여웠어요.
또 쓰다듬는데 가만히 있어서 너 이 겨울 어떻게 날래 춥지 춥지 그러구 있다가
또 3일인가 지나고 고양이 또 봐서 이번엔 고양이 캔 사서 밥 주고 물사서 물 주고... 

그러다가 에구 사료를 사야겠다 싶어서 고양이 사료를 사서 퇴근길에 비닐봉지에 담아서 들고다녔어요
그렇게 매일매일 밥을 주는 고양이가 생겼는데, 제가 사는 빌라 근처가 그 고양이 구역? 인거 같더라구요.
제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비닐봉지 풀러서 야옹아 부르면 쫌 있다가 골목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아무튼 그렇게 고양이랑 친해졌어요. 그러면서 이 고양이 암고양이넹 애기 가지면 식솔이 늘어나니까
안을 수 있을 만큼 친해지면 잡아다 중성화수술 시켜줘야지 ㅎㅎㅎㅎ 그러고 있었는데요

2월중순쯤에 고양이를 드디어 안을 수 있게 됐어요. 살도 좀 통통해지고 해서 내가 밥줘서 그래!! 뿌듯하고
처음 안아보는 고양이 의외로 묵직해서 우왕 크다 싶었는데.... 또 에이포용지 종이박스를 들고갔는데 
역시 고양이는 상자를 좋아하는지 들어가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조심조심 들어 올렸는데 도망칠 줄 알았는데 도망 안 가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너 예방주사 맞고 이뻐지러 병원가자?? 하니까 얘가 말을 알아듣는건지 야옹하고 상자에서 안 나오는거예요
그래서 집 주위에 제일 가까운 병원에 데려가서 선생님 얘 내가 밥주는 길고양이인데 아픈데는 없는지
발정나기 전에 중성화수술 시켜주고 싶어서 데려왔다구 하니까 선생님이 검진을 해 보더니...
이미 임신했따구ㅠㅠㅠㅠㅠㅠ 좀있음 엄마된다구 그러는거에요ㅠㅠㅠㅠ 으아 늦었다;ㅅ;!!!!!!!!!!! 싶었어요
어쩔 수 없죠ㅠㅠ 그럼 아픈데는 없나 검사해주세요 해서 간단한 검진만 맞고 나왔어요


그렇게 한동안 밥주고 한동안 안보였거든요. 그래서 애기 낳구 다른데로 숨었나?? 싶어서 남은 사료는 어떡하지 싶었는데
4월 중순쯤해서 고양이가 다시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야옹아 보고싶었어. 잘 지냈어? 하고 밥주고 쓰다듬어주고
나중에는 애기보여줘?? 하고 집에 돌아왔어요. 그때부터 또 계속 밥을 챙겨주고 있다가
이번달 연휴쯤에 밥주러 나왔는데 고양이가 두마리 더 쪼르르 따라 나오는거예요. ㅋㅋㅋㅋ 애기고양이였어요!!!
밥주러 갈 때 집 앞이라 핸드폰 안 들고 나가서 사진은 안 찍었는데 넘넘 귀여운ㅋㅋㅋㅋ
내가 밥주고 엄마가 젖먹였으니까 내가 키운거야!! 막 이런 뿌듯한 생각도 들구 그랬거든요.

새끼고양이 쓰다듬으려고 하니까 막 도망가고...
상자 꺼내서 다시 고양이 밥 먹는 앞에 놨더니 엄마가 또 들어가니까 새끼 고양이들도 바둥바둥 거리면서 상자에 들어가더라구요ㅋㅋㅋ
그래서 또 그대로 상자째 들고 병원가서 선생님 우리 고양이 애기 낳았어요 애기 봐주세요 해서 고양이 애기 예방접종도 시키구요.

근데 그 뒤로 또 한 며칠을 계속 안보이더라구요. 어디갔지 싶기도 하고
길고양이라 어디서 죽은 건 아닐까ㅠㅠ 싶기도 하고 뭐 그랬는데 제가 밥주는 고양이지 제 애완묘는 아니라서... 
좀 서운한?? 그런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고양이가 또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너 어디갔었어~ 애기들은 잘 크고 있어?? 하면서 밥주니까 고양이가 웬일로 밥을 안 먹는거예요
왜그래 누가 밥 줬어? 입맛없어? 하니까 야옹이가 앞으로 걸어가고... 멈추고 걸어가고 멈추고... 꼭 저를 부르는거 같길래
고양이를 따라서 어디가는거니 너네 집 구경시켜주는거니~ 하고 따라갔는데요
되게 구석진 골목 끝에 고양이가 멈춰서 안으로 들어갔는데... 엄마 고양이를 보고 팔딱팔딱 뛰며 노는 고양이가 한마리 밖에 없더라구요.
나머지 한 마리는 직감적으로... 아 죽었나ㅠㅠ? 싶고 막 그래서 슬퍼지려고 하는데... 
엄마고양이 뒤에 뭔가 돌멩이같은 게 있는거예요. 그래서 뭐지뭐지.... 했는데... 골목 끝이고 어두워서 잘 안 보였는데요
그게 죽은 새끼 고양이더라구요ㅠㅠㅠㅠㅠㅠ 엄마고양이도 자기 새끼가 죽은 걸 알구 저를 부른거 같았어요
엄마고양이가 그 앞에 우두커니 앉아서 저두 안 바라보고 앞에서 뛰노는 다른 새끼도 안 보고 그 죽은 새끼고양이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물이 막 났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는거예요ㅠㅠ 그래서 한참을 아이고 어떡해 어떡해 하다가
그래도 묻어줘야겠다 싶어서 집에 가서 종이상자를 가지고 그 앞에 가서 낑낑대며 골목안으로 들어갔어요
말이 골목이지 빌라와 빌라 사이의 아주 작은 틈 같은거라서 전 여자니까 들어왔는데 남자는 못들어가겠더라구여ㅠㅠ

막상 봤는데 죽은지 한 며칠 됐는지 냄새도 좀 나고 그러더라구요...
근데 뭔가 약간 께름찍해서... 이 고양이를 맨 손으로 들어서 상자에 담을 자신이 없는거예요... 그래서 어떡하지 눈딱 감고 들어올릴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엄마고양이가 제가 당황하는 걸 알았는지 죽은 새끼고양이를 물어서 상자에 담더라구요ㅠㅠ 
아 저 진짜 이 때 미치는 줄 알았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슬픈거예요 엄마 고양이 눈에도 눈물이 그렁한거 같고..ㅠㅠ
자기 형제가 상자에 들어가니까 남은 새끼고양이는 뭐지? 하고 따라서 쏙 들어가고 두 새끼가 들어가니까 엄마고양이도 천천히 상자에 들어오구ㅠㅠㅠㅠ
그렇게 고양이가 든 상자를 들고 다시 낑낑대면서 골목을 빠져나왔어요.
그리고 저희 빌라 앞에는 작은 은행나무가 하나 있는 화단? 나무가 고작 한그루에 잡초뿐이라 이게 화단인가 싶기도 한데...
암튼 그런 곳이 있거든요. 여기에 고양이를 묻어줘야겠다 싶어서 뭘로 땅을 파지 싶었는데 마침 누가 버린 나무젓가락이 있길래
나무젓가락으로 땅을 열심히 후벼 파서 고양이가 들어갈 수 있을만큼 파고...
거기에 고양이를 넣었어요. 너무 슬퍼서 그랬는지 죽은 고양이를 만질 수 있겠더라구요. 너무 차갑고 딱딱했어요ㅠㅠ
거기에 고양이를 담고 엄마고양이를 보면서 니 새끼는 이제 여기에 있는거야... 너도 보고 싶으면 여기 오면 돼... 그치만 땅은 다시 파면 안돼?
이렇게 얘기 해 주고 남은 애기고양이는 뭔지 모르겠는지 걍 주위에 돌아다니고 엄마고양이는 땅에 놓은 죽은 새끼를 물끄러미 보더라구요...
야옹아 이제 보내주자 하고 흙을 조심조심 덮고 그랬는데 엄마고양이가 갑자기 우와아아앙 야옹하면서 크게 우는거에요ㅠㅠㅠㅠ
진짜 너무 슬퍼서 눈물때문에 앞이 잘 안 보일 지경.... 엄마고양이가 우니까 돌아다니던 새끼고양이도 따라와서 야옹야옹 거리고...
그렇게 한참을 엄마고양이를 쓰다듬어주다가 왔는데ㅠㅠ 나는 이제 집에 가야해ㅠㅠ 하니까 엄마고양이가 저를 빤히 바라보더니
야옹 한번 소리내고는 새끼고양이를 묻은 그 위에 털썩 눕더라구요ㅠㅠㅠㅠㅠㅠ 너무 슬퍼서 더 이상 못 보겠어서 안녕하고 집에 왔어요.

흙이 묻은 손을 씻고 그러는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한참을 욕실에서 마구 울었어요.
고양이도 자기 새끼 저렇게 슬프다고ㅠㅠㅠㅠㅠ 하긴 고양이라고 자기 새끼 죽은 걸 왜 모르겠고, 왜 안 슬프겠어요ㅠㅠㅠㅠㅠ
고양이는 봄에 발정기가 온다고 해서 봄되면 중성화수술시켜줘야지 했는데 친해지기두 전에 새끼 가져서ㅠㅠㅠㅠㅠㅠㅠ
다음주에 엄마고양이랑 남은 애기고양이 동물병원에 맞기고 엄마고양이 중성화수술 시켜줘야겠어요ㅠㅠㅠ
제가 밥주는 고양이인걸 아는 친구가 자기도 돈 보태줄 수 있으니까 수술할 때 말하라구 했는데 같이 돈 보태서 엄마고양이 수술시켜줄라구요ㅠㅠ

남은 애기 한 마리하고 오래오래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죽은 고양이도 무지개다리 잘 건넜으면 좋겠어요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네요ㅠㅠ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너무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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