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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
게시물ID : lovestory_691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2
추천 : 2
조회수 : 6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01 13:00:29

오랜된 연인들의 특징 하나. 자신이 사랑하는 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문제는 그것이 더 이상 알 게 없다, 혹은 익숙해지니까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생각과 연결된다는 데에 있다. 물론 가끔씩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과 태도를 보이는 상대방을 보며 놀라기도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무심코 넘겨 버린다. 그리고 가동 가능한 안테나를 풀가동시켜 상대방의 몸짓과 말투 어느 하나 그냥 넘기지 않고, 새롭게 받아들이던 때가 있었음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 사랑을 통해 내가 결국 나중에서야 깨달은 건 너와 나는 타인이라는 사실이다.'
언 젠가 이런 문구를 읽으면서 나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랑할 때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가 평생 사랑하는 이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사랑에서 필요한 지식은 주변에 머무르지 않고, 내면 속 핵심을 파고드는 고도의 지식이다. 이런 지식은 상대가 나와는 독립된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상대방의 입장으로 들어가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야만 가질 수 있다. 정신분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치료자는 환자의 있는 그대로를 보며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필요한 이유. 이를테면 나는 어떤 환자를 수차례 만나면서 그 사람의 내면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이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을 그가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의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본다. 그는 단순히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불안하고 근심이 많고 외로움과 죄책감을 갖고 있다. 그러면 나는 그의 노여움도 그 자신의 더욱 깊은 어떤 것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제 분노하는 사람이라기보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으로 바라보게 된다.
한번은 잘 알고 지내는 동료의 부모님 칠순 잔치에 초대 받은 적이 있다. 가 보니 어머님 되시는 분이 연세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운 모습이었는데, 그분이 하객들에게 하신 말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 이렇게 오래 살아서 제가 칠순을 맞으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올해로 결혼 45주년을 맞았는데, 제가 영감님한테 그랬어요. 당신도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영감님이 저한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냐고 되묻더군요. 생각해 보라세요. 저는 처음에는 부잣집 귀공자한테 시집을 갔는데, 자식 다섯을 낳고 살다가 다시 보니 귀공자는 어디로 가고 얼음 공장 사장하고 살고 있지 뭐에요. 그때는 얼마나 무섭고 차가웠는지. 그러다가 자식들 다 시집 장가 보내고 둘이 남게 되어서 다시 봤더니 그 얼음 공장 사장은 어디로 가고 좁쌀영감이 하루 종일 저만 찾아다니면서 왔다갔다 하는 거에요. 한 남자랑 산 게 아니라 여러 명의 남자랑 산 것 같아요."
하객들은 아버님 눈치를 보며 웃느라 정신 없었지만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저게 바로 사랑의 과정이지 싶었다.
인 생은 시간의 경계에 의해 나뉜다. 그리고 각 단게마다 우리는 새로운 발달 과제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랑이란 이렇게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재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그 사람에 대해 다 안 것 같아도 살다 보면 그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 내가 미처 모르는 다른 모습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새로운 발견이 때론 실망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그런 발견을 통해서 우리는 늘 사랑을 새롭고 풍부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고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만의 특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를 다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재발견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 사랑이 식고, 그 사랑이 떠나 버리는 것, 그래서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이를 알려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데에 그 원인이 있는지도 모른다.

 

김혜남 -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고 있는걸까?> 중...






[출처] 사랑하는 이를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작성자 굿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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